암에 걸리면 치료비가 얼마나 들까?

내가 암?

by 북도슨트 임리나
암에 걸리면 치료비가 얼마나 들까?


정말 갑자기였다.

아이를 키우느라 좀 피곤한 거라고, 살다 보면 컨디션이 나쁜 날도 있는 거라고, 혈변이 잠깐 보이는 것도 설마 죽을병은 아니겠지.....

그렇게 넘기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갔다가 '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책도 하고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또 치료를 하고 건강해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꿈을 꾼 것만 같다.

그리고 늘 소식을 전하는 사이가 아니면 몇 달만에 만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니 내 주변에 내가 암을 앓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다른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암 진단'을 받자마자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난 암에 걸릴 줄 알았다니까. 빨리 치료해야지."

이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다들 예상치 못한 진단 결과를 받고 충격을 받고 슬픔에 잠기고 무기력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 와중에 꼭 하게 되는 생각은

"나 정말 암이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었다. 설마 오진이 아닐까? 아니면 좀 큰 종양이 아닐까? 등등


내가 "암"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서 보여준 선명한 종양 사진이었다. 겉에선 보이지 않지만 저런 게 내 몸속에 있었다니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봐도 그 종양이 암이라는 건 누구나 알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진의 종양도 '암'이 아니라 좀 큰 용종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의 진단을 받자마자 원무과에 가서 '산정특례'를 신청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산정특례'란 중증환자가 보험금의 5-10%만 부담하는 제도인데 '건강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통의 경우 치료비를 50%를 지불했다면 나처럼 암에 걸린 사람은 앞으로 5%만 내면 된다.


진짜 내가 암에 걸렸구나 실감한 때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암이 아닌데 산정특례가 될 일이 없으니 정말 암이 맞는구나 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암에 걸려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산정특례 제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한다.


실제로 4박 5일 입원 검사를 하고 내가 지불한 비용은 약 20여만 원이었다.

암을 걱정하면서도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놀랍고 고마웠다.


그리고 그 후에 수술을 하고 약 12일간 입원을 했을 때 들어간 비용은 200여만 원이 안된다.


딱 여기까지 본다면 그다지 부담이 되지 않는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세상 일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병원비 외에 암에 걸려서 발생하는 비용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의 경우는 간호해줄 사람이 없어서 '간호간병 병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병실이 없어서 간병사를 썼다.

간병사 일당은 하루 10만 원 정도였다.

또 2인실(실비보험에서 보장되는)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1인실로 옮겼는데 1인실은 상급병실로 실비보험으로 보장이 안되니 개인적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1박에 50만 원 가까이한다.

솔직히 이때 갈등을 했었다. 내가 1인실로 가지 않으면 저 비용이 들지 않을 텐데...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수술 후에 복수가 차서 응급시술을 했었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보다 며칠 더 입원해 있었는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렇게 며칠 더 입원할 수 있는 것도 1인실이라 가능했고, 다인실은 6박 7일 이상 입원이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니 1인실이라 조금 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이렇게 수술이 끝나면 바로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가족의 보호를 받든 요양병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요양병원의 경우는 비급여 치료가 많은 편이라 실비보험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비용을 내거나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회복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암의 경우는 기수에 따라 수술 후에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된다. 개인에 따라서는 수술 전에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도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비용은 부담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항암치료 중에서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치료에 삼사백만 원이 들어가는 항암치료약도 있는데 이 경우는 효과가 더 좋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치료비는 이렇다 하더라도 가족의 일원이 암에 걸린다면 그 가족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아이가 있는 엄마는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또 가장이라면 일을 쉬게 된다면 가정의 수입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치료비로 쓸 수 있는 현금을 준비하기 어렵다면 보험 하나 정도는 들어놨다면 상당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료비만이 아니라 '암진단금'이라고 해서 일정 금액을 위로차 일시불로 받기도 하는데 치료비가 아닌 기타 발생하는 제반 비용으로 쓰기에 유용하다. 어쩌면 나도 진단금을 받을 수 있어서 간병인도 쓰고 1인실도 가고 요양병원도 갈 수 있었다.


이쯤 되면 혹시 보험 하나 들어두면 좋다는 얘기의 결론일지 모르나 막상 암환자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받는 것보다 보험금 받을 일 없는 상황이 제일 좋다고. 보험금을 타지 않고 평생 납입만 해도 좋으니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내가 암에 걸리기 전에는 암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였던 것 같다. 드라마적 시각과 다큐적 시각, 드라마적 시각이란 무언가 대단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다는 생각과 다큐적 시각은 엄청나게 불쌍하다는 것.

그런데 막상 내가 암에 걸리고 보니 암은 '현실'이었다.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까, 돈을 얼마나 들까, 일자리에서 잘리지 않을까, 혹시 사람들이 나를 피하지 않을까 등등.


이렇게 많은 문제에 부딪힐 때 돈 걱정 하나만 덜어도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는지 모른다.

그래서 경험자로서 암의 치료비용에 대한 이야기도 남겨본다.

암이 남의 이야기일 때는 드라마나 다큐지만 내 이야기가 되면 당장 현실이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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