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
작년 초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서 한참 고생할 때였다.
처음에는 두드러기가 난 거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로 외출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더구나 여름이 오자 반 팔로 밖에 나가는 게 싫어서얇은 긴 팔을 일부러 사서 위에 걸치기도 했지만 마음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나의 두드러기를 숨기고 싶었고 또 내가 두드러기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가 어렵게 나의 몸상태에 대해 말을 꺼내자 여동생부터 많은 사람들은 '병은 소문내라'라는 옛말을 얘기해주었다.
솔직히 나는 처음 들어본 표현이었는데 나는 병을 감추고 싶은데 왜 소문내라고 하지?라고 처음에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동생 말이
"뭐는 숨기고 병은 소문내라고 하는데 그 뭐를 모르겠어."
라고 하길래 나도 열심히 찾아봤지만 뭘 숨기고 병은 소문내라고 하는지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사촌 오빠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사촌 오빠가 답을 주었다.
"돈은 숨기고 병은 알리랬어."
그때만 해도 나는 병을 알리면 좋은 이유는 누군가가 적절한 치료법을 알려주어서 병을 고치기 쉬운 이유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병을 빨리 잘 고치려면 널리 알리면 좋을 것이라고.
그런데 내가 막상 암에 걸리고 나니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병은 널리 알리라'라는 말은 또 다시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며칠은 나혼자만 알고 또 절대로 남들에게 알리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이토록 남들에게 알리기 싫어하는 걸까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존심'이 센 건가 싶었다
그래서 오히려 sns에 자신의 병을 알리고 심지어 투병일기'를 쓰는 게 이해가 안됐다.
뭐가 득이 된다고 자신의 병을 떠들고 다니지? 싶었다
나는 절대로 남들에게 안 알리고 sns에도 쓰지 않을 것이며 나아가 내 병으로 동정받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안 알릴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내가 했던 일을 못하게 되고 또 입원 준비를 하려면 최소한 알려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을 했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1대1' '직접연락'이었다.
우선 내 상태에 대해 알아야할 가족 친구 지인 일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한명 한명 전화를 해서 내 상태를 알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병밍아웃’이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개인 카톡이나 단체 카톡으로 알린 경우도 있지만 나는 sns등에 먼저 올리지 않았다 브런치에도 오히려 암진단을 받기 전에는 쓰다가 암진단을 받고는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은 수술이 끝나고 요양병원에서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며 병은 소문을 내라'라는 말의 깊읕 뜻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렵게 '암'에 걸렸다는 말을 꺼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해주었고 또 자신이 겪은 혹은 자신의 주변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 대화중에 병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있었지만 '얘기하기를 잘했다'라고 느끼게 된 이유는 내가 여전히 사회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내 병에 대해 알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교류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아니면 아예 사람을 안만나려고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사회에서 소외가 된다. 그리고 혼자가 되어 외로워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내 주변 사람에게 나의 병에 대해 얘기하자 하나둘씩 자신의 이야기, 또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병에 걸리기 전보다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놀라운 건 내가 몰랐을 뿐이지 이미 중병을 경험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병을 소문내라'라는 말은 병을 빨리 잘 치료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건강할 때 속해 있던 작고 큰 사회에서 여전히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줘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한테 말했으니 다른 사람도 알겠지’라고 생각하고 대충 알리면 되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말하기로 하고 입원전에 하루 종일 전화를 붙들고 살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여전히 소외감을 느끼지 않은 채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생각해보니 결혼이야 청첩장을 돌리며 얘기라도 하지 병에 대해 알리는 건 매뉴얼도 없고 어떻게 첫마디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용기를 내 ‘병밍아웃’을 했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응원을 해준 덕분에 늘 ‘말하길 잘했구나’ 라고 전에도 이후로도 내가 좋은 사람들과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그저, 그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