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나의 일기
이직 5주차가 되었다.
이직 2주차의 중간 회고를 쓴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사이 3주가 흘렀다.
이직 4주차가 되었던 때에는 '와 벌써 한 달이 됐구나' 싶은 마음과
'그래도 한 달을 버텼다' 싶은 안도감이 들었고, '빨리 수습 3개월이 지났으면' 하는 생각도 한 편 있었다.
5주차쯤 되니 그 사이에 작은 업무도 받게 되었고, TF에도 소속되게 되었다.
막상 업무를 시작하니 두려움은 줄어들고 멘붕의 시간이 늘어났다.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 그대로 새로운 회사에 왔을 뿐인데, 사실 서비스 기획이라는 일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 내 머릿속은 매일 물음표와 멘붕으로 가득찬다.
업무가 너무 어려워서는 아니다. 다행히도 팀의 리드님이 적응을 위해 어렵지 않은 업무를 주셨기 때문에.
하지만 일의 상세한 프로세스나 시스템, 툴, 히스토리 등이 날 멘붕에 빠트린다. 분명 서비스 기획은 동일하지만, 회사마다 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조금씩 다르고 프로세스도 조금씩 다르다. 사용하는 툴이 달라지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첫 회사였던 K계열사는 '카카오 아지트'와 '카카오톡'을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로 사용했고 구글 공유 문서를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현재 회사인 N계열사는 '슬랙'을 커뮤니케이션 툴로, Wiki를 문서 툴로 활용한다. '카카오 아지트'는 모두에게 오픈된 채널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슬랙'으로는 관련 담당자들을 프라이빗 채널에 초대하여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보니 누구는 빠트리지 않았는지, 누구에게까지 설명이 되어야 할지와 같은 간단한 것들에도 고민이 시작된다.
'쓸데 없는 것들 고민할 시간 줄여서 의미있는 고민을 하자', 5주만에야 드디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시 진리의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이렇게 적응해나가던 중 마음 한 켠에 사이드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점점 커져간다.
사이드프로젝트 붐이 생겨나기 몇 년 전부터 본업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최근 1년 정도 개인적인 동력도 잃고, 케어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고, 특히 몇 달 간 이직에 매진하다보니 전혀 손대지 못했다.
몇 년 전 사이드 프로젝트에 몰두해있을 때는 사실 이런 생각이었다.
'이거 잘 해서 대박나고 싶다' '무조건 잘 될거야' (뭐 이렇게 나이브한 인간이었을까..)
최근 이직 후에는 이런 마음이 더 크다.
'내가 숨 쉴 공간을 만들자' '크게 잘 되지 않더라도, 나의 아이덴티티를 쏟아낼 수 있는 것을 만들자'
무언가 대박나고 잘 되는 것을 만드는 것보다
회사에서 다 펼치지 못한 내 생각을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공간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전 회사에서 내가 아무리 중요한 롤을 맡고 있고 회사 사람들이 모두가 신뢰하는 사람이었더라도
새로운 회사에 오고 나니 그런 것들은 아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데서 생각이 바뀐 것 같다.
그래서 회사 밖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 발전시켜나가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깨달았다.
얼른 회사에 적응하고 나만의 숨쉴 공간을 찾아가야지!
백로그가 매니저가 되지 말고,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어야 한다는 한 브런치 글을 읽었다.
업무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디테일한 백로그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지는데,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며 가끔씩 읽어야겠다, 싶었다.
https://brunch.co.kr/@chadwick/72
어떤 뉴스레터에서 읽은 명언
"모든 변화는 아무리 갈망하던 것이라 해도 우리를 조금은 우울하게 만든다. 남겨 두고 떠나는 것도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삶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 아나톨 프랑스
아직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또 한 번 멈칫하게 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