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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지니 Mar 17. 2023

인스타그램

나는 화가다

인스타그램에 아이들과의 일상, 여행 등을 기록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라서 비공개 계정으로 운영했다. 그 일상들 사이에 그림이 하나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인들이 하트를 눌러주었다. 열 개 남짓의 하트로도 행복했다. 일상 속에 어쩌다 하나씩 들어있던 그림은 점점 빈도수가 높아지다가 그림 비율이 아이들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머지 않아, 매일매일 그림이 업데이트 되었다.


비공개 계정은 제한된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다. 내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었다. 어느날, 내 좁은 세상에 넣어 놓았던 그림을 새로운 세상으로 꺼내고 싶었다. 내 그림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림 그리는 새로운 사람들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싶었다. 적나라한 나 말고 그림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느낌이 있다. 마치 에세이가 아닌 '시'를 쓰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를 더 만들어 <공개>를 선택했다. 이제까지 그렸던 그림들이 이사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에너지가 바뀌면 이직이나 이사를 하게 되듯, 새로운 관심사가 생기면 인터넷 안에서도 새 집을 짓게 된다. 새로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내 그림을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개 계정에 옮기는 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이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살게 되겠구나, 하는.


혼자 밤마다 사부작대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계속 올리자, 어느 날은 그림 수업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고, 그림 수업하는 장면을 찍어 올리자 <클래스 101>에서 연락이 왔다. 레진을 시작하며 소품을 만들어 올리자 <아이디어스> 사이트에서 연락이 왔다. 모두 입점신청을 하고도 승인을 받기 위해 한참 애써야 하는 곳들이지만 먼저 연락을 주셨기에 수월하게 입점할 수 있었다.


전시 작품도 만들지만 그림만 그리지는 않는다. 트레이 등의 소품을 만든다. 여전히 수업을 하고 만들기 키트를 제작해 판매한다. 활동이 많은 만큼 작품과 소품과 내가 판매하는 만들기 키트들이 인스타그램 안에서 뒤섞이기 시작했다. 전시회를 열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말했다. <그림 작가> 외에 너무 많은 일을 하는 작가로 보여요. 나의 고민하던 지점에 보태어진 그 말 한마디로, 나는 다시 새 집을 지었다. 자식들을 내보낼 차례다. 판매하고 있는 만들기 키트들도 이사시키고, 레진으로 만드는 소품들도 이사시켰다.


저번 주, 새로운 전시를 시작했다. 전시를 설치하는 동안 한 갤러리로부터 개관전에 참여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고, 그 다음날 큰 갤러리에서 자신들과 일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연결된 일들로, 차차 새로운 작업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짝씩 가고 있다.



플로우지니(@flowjinny)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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