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이번에 학교에 갔다.
유치원 생활이 다소 힘들었던 터라 학교 입학 전부터 아이와 나는 바짝 긴장을 했었더랬다.
아이는 학교가 재미있다고 했다.
첫 주에 아이는 안심한 듯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틀려도 된대. 다 괜찮은 거래.
유치원 다니는 내내 못한다는 말만 듣던 아이.
너네 학교 가서도 이렇게 못하면 선생님이 싫어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듣고는 지레 겁을 잔뜩 먹었던 아이.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주고 한글 잘 몰라도 되고 소리 나는 대로 써도 괜찮다고 말해도
선생님의 말씀에 권위가 실려 엄마 말은 귓등으로 듣던 아이.
선생님 입에서 나온, 틀려도 괜찮다는 말은 아이를 꽤 안심시켰던 모양이다.
욕심도 많지, 나는 돌봄도 신청했더랬다.
돌봄이 혹여 된다고 해도 보내도 될까, 이 아이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건만
아이는 씩씩하게 돌봄 학습장을 찾아가 책도 읽고 게임도 하다 온다.
아이는 부쩍 밝아진 것 같다.
그러면서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엄마, 오늘은 내가 눈을 딱 떴는데, 결정했어.
학교도 안 가고 날씨도 좋고.
오늘은 놀이동산에 가는 날이야.
-
그 순간 나는 막 외부강연을 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하아, 그런데 엄마, 하고 부른 후 침대에서 부스스 눈뜨자마자 기지개를 켜며 내게 말을 하는 그 입이 얼마나 예쁜지. 꼭 안아서 터뜨리고 싶다.
그리고 다음날도 외부강연이 잡혀있었다.
그래도 놀이동산을 꼭 가주고 싶었다.
일요일 외부강연이 끝나고 초청해 주신 담당자분과 잠시 커피 한잔을 한 후, 나는 부랴부랴 집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택시를 불러 어린이대공원으로 갔다. 남은 시간은 1시간 20분. 자유이용권 두 장을 사서 아이들 손목에 하나씩 채웠다. 움직이는 시간도 아까워서 아이들은 바이킹을 세 번 타고 우다다 뛰어 매직 스윙을 세 번 타고 하는 식으로 숨도 안 쉬고 뛰어다녔다. 끝나는 순간까지 타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질어질 머리가 돈다.
놀이동산이 문을 닫자 탕후루가 먹고 싶어 엄마, 한다.
우리는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탕후루 집으로 몇백 미터를 걸었다.
바사삭 깨지는 탕후루를 먹으며 둘 다 기분이 좋다.
나도 어미 노릇을 한 것 같다.
-엄마, 달고나 해 먹고 싶어.
나중에 인사동 가서 사줄게.
-아니, 만드는 걸 하고 싶다는 거야. 사 먹는 거 말고 만드는 거.
엄마, 이번 일요일엔 하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벽에 돌 붙어있는 거 밟으면서 올라가는 거 있잖아.
암벽등반?
그거 해보고 싶어.
그... 그걸?
엄마, 테이프공 만드는 거 있잖아, 그거 유튜브에서 봤어. 5월 5일에는 테이프공을 사주는 거 어때?
그래. 5월 5일에?
응.
6월 6일에는 수영장에 가고
7월 7일에는 바닷가에 가고 싶어.
아이는 정확한 날짜까지 말한다.
왜 몇 달 전부터 6월 6일에 꽂히셨을까?
우물쭈물 한마디도 못하던 아이가 조잘조잘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나는 너무 고맙다. 그 입으로 원한다고 말하는 것들을, 잊지 말고 차근차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