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화요일마다 즐겨보는 웹툰이 있어요.
엄마가 되기 전부터 봐왔던
「나는 엄마다」라는 웹툰인데
지지난주에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님에겐 손가락 다섯 개 접을 정도의 행운이 주어졌대요.
작가님이 말하는 행운을 보면서
저에게 주어진 행운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작가님이 첫 번째 손가락으로 꼽은 것처럼
저 역시도 이 나이까지 크게 아프고 사고 난 적 없이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된 것이 첫 번째 행운인 것 같아요.
집이 부유했던 건 아니에요.
저희 아버지 사업이 늘 잘 됐던 건 아녔거든요.
좋았었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도 길었어서
어머니는 불안해하셨고 그 때문에 딸들 역시 그랬죠.
그래도 모두 헤어지지 않고 잘 살아온 것,
친구 관계나 성적 때문에 고민은 늘 있었지만
건강하게 큰 문제없이 학교도 잘 마친 것.
첫 번째 손가락으로 꼽은 행운인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 손가락으로 꼽은 행운은.
교사해 보겠다고 임용시험에 도전할 수 있었던 여력이 됐던 거예요.
(합격이 꼭 행운 이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헤헷^^;;)
사실 처음부터 교사를 꿈꿨던 것은 아닌데
대학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가르치는 게 재밌었어요.
교직이수를 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사범대학으로 편입을 했어요.
그땐 정말 큰 행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정규직 교사는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파트로나마 일 할 수 있는 것,
학생들 보면서 보람 느끼고 일 할 수 있는 것.
크게 감사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손가락으로 꼽은 행운은
다행히 같이 성당에 갈 수 있는 신랑을 만난 것이에요.
저를 인정해 주고 제게 중요한 것을 소중히 생각해주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없어서
일요일 저녁이면 셋이 앉아서 그 날의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합니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성호경을 긋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짧은 팔로 머리 가슴 어깨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성호를 긋고
엄마 아빠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작은 손을 모아 기도손을 만듭니다.
그 모아진 작은 손을 보면
이런 행운이 내게 있다니.. 정말 감사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네 번째 손가락에 꼽은 행운은
아이가 건강하게 잘 태어나서 잘 자라주고 있는 거예요.
저는 임신도 출산도 무난하게 잘했어요.
나이 때문에 좀 불안하기도 했지만
큰 일 없이 잘 낳았고 아이도 건강했어요.
아, 낳다가 아이의 쇄골이 골절되는 일이 있었는데
출산 중에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엄마가 힘을 더 줬어야 했는데 좀 부족했었나 봐요.
젖이 안 나와서 고생했지만 분유 먹고도 아이는 잘 자랐고
작년에는 어린이집 다니면서 적응하느라
자주 아팠었지만 잘 이겨내고 적응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말이 많이 늘어서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 많이 웃고 또 걱정할 일도 생기겠지만
순간순간 잘 흘려보내면서
아이가 지금처럼 몸 튼튼 맘 튼튼 무럭무럭 잘 자라서
자기 밥벌이하며 즐겁고 신나게 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손가락은 주변 사람들을 만난 행운으로 꼽고 싶습니다.
어릴 때 친구부터 최근 만난 사람들까지..
저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누군가에게 먼저 잘 다가가지 못해요.
그런 저의 곁에 오랜 시간 남아있어 준 친구들도 물론이고,
새롭게 만나게 된 인연들도 모두 행운입니다.
아이가 돌도 안됐을 때에는 육아 우울증 비슷한 게 왔었는데
그때 제 앞에 드라마처럼 고등학교 후배가 자기 아이와 함께 나타났어요.
동네 문화센터에서 우연히 만났었는데
이십 년 전의 인연이 그렇게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했어요.
그리고 또.. 제가 이렇게 글을 이어서 쓰게 될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있는 Jinny 선생님.
그림도, 글도 저에게는 멀리 있는 공상 같은 꿈이었는데
그 꿈을 현실로 붙잡아 주셔서 감사해요.
작년에 선생님을 만난 건 저에게는 정말 정말 정말 커어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쓰다 보니 말이에요.
세상에 이런 행운아가 없네요. 하하하.
크게 로또가 되거나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대박을 터뜨릴 그런 행운 말고
이런 행운들이 저를 더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살도록 해준다고 믿어요.
가끔 이렇게 제게 주어진 행운을 꼽아 보아야겠습니다.
글 쓰면서 기분이 참 좋아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