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도 못하고 입학식도 못한 여덟살 아들 엄마의 유치원 카톡방
톡방 알림을 꺼놨더니 안읽은 메세지가 83개란다.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들어가봤더니
엄마들끼리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나누고
지금 자기 아이들이 브롤스타즈에 빠졌는데 혹시 하는 아이 있으면 같이 시킵시다. 하며 아이디를 주고받는 현장
놀랍게도 꽤나 많은 아이들이 브롤스타즈를 하고 있네.
우리 아이에게 너도 해봤니? 하고 물으니
아니, 한 번도 안해봤어. 라고 한다.
우리 아이의 주종목은 마인크래프트.
어쩌다 한번씩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보통은 마인크래프트를 다른 사람이 하는 유투브 영상을 본다.
너도 다른 친구들이랑 게임할래?
잠자려고 침대에 누워 물었더니 아이가 말한다
아니, 못 들어갈 것 같아.
왜?
나를 싫어하는 친구가 있거든. 나한테 같이 하자고 안할 것 같아.
친구가 너랑 놀기 싫대?
응. 내가 같이 놀자고 했는데 계속 나랑 놀기 싫댔어.
순간 가슴이 쿵 떨어지면서 마음이 아프다.
일곱 살이 되면서 이사를 하고 새로운 유치원으로 이사오지 않았다면, 아이는 지난 일년간 그렇게 힘들지 않았겠지.
아이를 힘들게 한 것은,
체능단이라는 곳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많은 운동 과목을 소화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자기 이름을 아는 중에, 자기는 보는 사람마다 니 이름이 뭐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우연히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 이름을 부를 때 주워 듣고 외우는 식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엄마, 이제 나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어, 라기에 친구 이름이 뭔데? 하고 내가 물었는데 몰라. 하고 대답했다. 잘 지내고 나서 이름을 묻기는 뻘쭘했나보다. 이름도 모르는 친구와 사귀고 놀던 아이. 입학하고도 몇 개월째, 아이는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는 이름도 모른다는 걸 더욱 말할 수 없어 묻지 못했겠지.
이 아이가 얼마나 위축된 채로 기존 아이들 틈에 끼어서 다니고 있는지를 느껴서 마음이 아팠다.
졸업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그래서 너를 싫어한다던 그 친구 이름이 뭐냐고 묻지 않았다. 아마도... 몰라. 하고 대답할 것만 같아서. 체능단을 졸업한 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흐릿하던 이름은 일찍 지워져 버렸겠지 싶어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그래서, 아주아주 속상했어?
아니. 아주아주는 아니고 조금...
아이가 일산에서 다니던 유치원에서, 선생님은 늘 건우가 너무 귀여워요, 어머니. 하면서 건우 말투를 흉내내곤 하셨다. 사랑을 가득 담은 선생님의 표정에,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번은 옆면에 글씨가 적힌 케이크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 그러면서 속삭이시길, "어머님, 이건 한 학기에 딱 한 명한테만 주는 거예요."
케익 옆면에, 칭찬 어린이상 이라고 쓰여 있었다.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익숙한 곳에 다니던 아이가 새로운 곳에 와서 겪었을 마음의 부침에 가슴이 아렸다.
새로운 곳에 와서 그냥 일 년 데리고 있을걸 그랬나.
아이는 체능단에 가서 일 년만에 줄넘기, 수영을 자유자재로 하게 되었다. 몸치인 아이를 그렇게 만들기까지 선생님들이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그렇대도, 자꾸 곱씹어 보게 된다. 이사를 안 올 수 없었음에도. 내가 데리고 있는 것이 아이를 위하는 일이었을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