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다 6월 말부터 돌봄 교실에 보내기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담임 선생님이 계신 교실로, 나머지 4일은 돌봄 교실로 간다.
아이는 온라인 수업 교실에 가서 EBS 방송을 시청하고, 선생님과 학습지를 푼다. 점심을 먹고는 돌봄 교실로 가서 책도 보고 게임도 하다가하원 한다. 다행히, 아이는 재미있다고 했다.
세 시에 데리러 올게. 잘 다녀와. 라며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굿바이를 하지만 실은 대중없다. 어떤 날은 2시 35분에 가고, 어떤 날은 2시 50분에 간다. 가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니 아이는 단 5분이라도 엄마가 오늘은 일찍 데리러 오려나 눈이 빠지게 기다렸을 것이다.
아이 등교 후 넷플릭스로 뒤늦은 <스카이캐슬>을 세 편 보고 나니 시간이 촉박해졌다. 그래도 샤워는 해야 집 밖에 나갈 몰골이었고 집은 엉망이었다. 급히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는 3시 2분에 집을 나섰다.
좀 늦었으려나 싶었지만 그래도 3시 언저리니까.
집도 깨끗하고 나도 깨끗하고 쌍콤한 기분이니까.
괜찮겠지.
라며 집을 나서서 2분 거리 학교로 조금 바쁜 걸음으로 걷는다. 보안관 선생님은 마스크로 반이나 가렸건만 빼꼼 나온 내 눈만 보고도 돌봄 교실로 전화해 우리 아이를 불러 주신다.
기다리는 동안 돌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지금 교문 앞이신가요?"
"네."
"지금 건우가 교실에서 나갔어요. 그런데 조금 울었어요."
"제가 늦어서였나요?"
"... 네...... 저번에도 한 번 이렇게 운 적이 있었거든요. 제가 한 번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네. 감사합니다."
통화가 채 끝나기 전에 건우가 건물에서 나온 것이 삐쭉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계단을 내려오지 않고 한참이나 서있었다. 나무에 가려져 아이는 잘 보이지 않고 배와 신발 앞코만 보였다 말았다 했다.교문 앞에 서서 아이를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아이는 늘 자기만 한 가방을 등에 메고, 손에는 학교에서 나눠준 수저주머니를 들고는 "엄마~~"라고 부르며 전속력으로 뒤뚱대며 교문 앞으로 뛰어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주춤거리며 계단 위에 한참 서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아이가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엄마"하고 크게 부르며 뛰어와 내게 안겼다.
"울었어?"
눈치도 없이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가자, 아이는 계단 위에 서서 애써 추슬렀던 눈물을 쏟으며 "응"한다. "엄마가 10분이나 늦었잖아......"라며 엉엉 우는 아이의 손을 잡고는, "뭘 그런 것 갖고 울어. 엄마 금방 오잖아."라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단 몇 분이라도 빨리 집에 갈 수 있을까 기대했던 아이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은 2시 50분이었다. (3시가 아닌.) 아이에게 3시 2분은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애써 계단 위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삼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려 한 아이가, 참 많이 컸다 싶다. 뭘 그런 걸로 울어,라고 할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자타공인 눈물여왕인 내가 스스로에게 '울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게 된 것처럼 아이에게도 뭘 그런 걸로 우냐는 말 대신 다음부턴 일찍 올게,라고 말해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