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하나 하나 01
2016년의 마지막 날에
도시샤 대학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시비 옆에
작은 공책을 두고 왔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함께 필사하고,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이 공책에 시를 필사해보는 것이 어떠신지요, 라는 말과 함께 뒷장에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의 작품 제목을 전부 순서대로 나열하여 공책을 채워나갔다.
'쉽게 쓰여진 시'를 필사하고,
방명록을 쓰는 지점을 표시한 후,
언젠간 이 공책이 완성되면 사진이라도 몇장 찍어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쪽지를 남기며 이메일을 적었다.
언젠가는 채워지겠지, 그 때는 시간이 한참 지나있겠지, 속으로 생각하며 도시샤 대학의 교정을 거닐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소개와 함께 간단한 인사로 시작한 이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두개의 첨부파일도 와 있었다.
한 해를 열어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윤동주 시인과 얼굴 모르는 여러 사람들이 선물해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