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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01. 2021

Ep.1_생두의 미친 존재감(feat.내추럴, 워시드)

볼 때마다 궁금했지만 눈치 보다 물어보지 못했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향이 나는 까만 콩, 원두에게도 푸릇푸릇 초록색 시절이 있다. 로스터기에서 뜨거운 열을 받아 볶아지기 전의 생두(Green Bean)였던 때다.



로스팅 수업 중 핸드픽킹을 하다가 찍은 사진



커피의 맛에서 생두의 비중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년도 브루어스 컵 챔피언인 도형수 바리스타의 책 '커피 브루잉'에서는 생두의 비중이 70%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협회인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는 생두(Green Bean)만을 다루는 전문 교육 과정도 존재한단다. 맛있는 음식에서 신선한 재료가 좋은 바탕을 깔아주듯,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잘 재배된 신선한 생두는 필수 요소로 보인다.



커피의 품종은 '아라비카' '카네포라(=로부스타)' '리베리카'까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커피 광고에 항상 등장하는 말이라 많이 들어봤음직한 '아라비카'는 총 커피 수확량의 70% 정도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커피로 향과 맛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저렴한 커피로 통용되는 '로부스타'는 카페인 함량은 아라비카보다 1.5배 더 높아 쓰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아라비카보다는 병충해에 강하고 재배가 쉬워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해외에서는 비싼 로부스타를 즐겨먹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품질의 로부스타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주로 저렴한 로부스타를 인스턴트커피를 제조하거나 500-2000원에 용량 큰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에서 사용한단다. 실제로 로스팅 실습 중 핸드 픽킹(생두 중 결점두를 골라내는 과정)을 하며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비교해보니 아라비카보다 로부스타의 생두 크기가 더 크기도 하고, 색이 탁한 데다 퀴퀴한 냄새도 났다.



아마 커피를 찾아다니며 마시는 사람이라면 내추럴, 워시드, 허니 프로세싱, 무산소 발효 등의 말을 듣거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생두의 건조 과정(혹은 가공 방법)을 표현한 말들이다. '건조? 가공? 생두... 그냥 콩 아니었어?'라는 질문은 내가 이런 것들을 배우기 전에 했던 생각들이다. 생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체리 같은 열매의 형태에서 시작한다. 우리 볶아서 먹는 커피콩은 체리의 과육 안에 들어있는 씨앗과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커피 체리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 출처:나무위키



먼저 가장 보편적인 내추럴과 워시드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커다란 나무에 매달린 커피 체리 열매를 수확한 후 별도의 과정 없이 그냥 말리면 '내추럴(Natural)', 커피 체리를 물에 넣고 씻어 과육을 벗겨내고 말리면 '워시드(Washed)'라고 한다. 이렇게 직관적인 표현이라니!



과육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말리는 '내추럴'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과육의 당도가 생두로 전해진 탓인지 부드러운 산미에 농도 짙은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과육이 생두에 붙어 건조되는 시간이 길다 보니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는 등 생두를 양호한 상태로 보관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에 반해 '워시드'가공을 한 커피에서는 산뜻한 산미에 좀 더 깔끔한 맛이 나타나는 편이고, 생두를 균일하고 양호한 상태로 얻을 수 있다. 아무래도 물이 부족한 에티오피아 같은 국가에서는 주로 건식법의 형태인 '내추럴'방법을 택하고, 콜롬비아나 코스타리카 등의 나라에서는 습식법인 ‘워시드’를 주로 선택한다고 한다.



'허니 프로세스’는 코스타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가공 방법인데, 과육을 벗겨내고 끈적하게 남은 점액질의 양을 달리하는 방법이다. 블랙, 레드, 옐로우, 화이트 허니 순으로 과육을 더 많이 벗겨내기 때문에 화이트 허니 쪽으로 갈수록 워시드 가공에 가깝고, 블랙 허니 쪽으로 갈수록 내추럴 가공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허니'라는 이름처럼, 단계에 따라 단맛의 정도가 달라지니 이름 하나 달콤하게 잘 지은 듯하다. 최근 코스타리카의 어떤 레드 허니 가공 원두를 먹어봤는데, 근래 먹어본 것 중에서 단 향과 맛이 폭발하는 커피였다. 레드 허니, 또 발견하는 즉시 먹어야 한다...



좌: 허니 프로세스의 단계(출처: coffee4m.com / 우: 단맛폭발 레드허니


최근 핫한 무산소 발효(Anaerobic fermentation) 가공은 밀폐된 탱크(나 통 혹은 비닐 등)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여 산소를 밀어낸 상태 즉, 무산소 상태에서 발효 과정을 거친 후 건조하는 방법이다. 와인을 넣었던 통에 넣으면 와인의 향미가, 럼 통에 넣으면 럼의 향미가 나는 등 어떤 곳에 보관하여 발효시키느냐, 얼마나 오랜 기간 발효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무산소 발효 커피들을 만나게 될지 무척 기대되는 바이다.



흔히 무산소 발효 커피는 호불호가 갈린다고도 하는데, 특유의 발효향을 된장이나 메주 등의 냄새로 느끼는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나의 무산소 발효 커피 경험은 좋았다. 전에 마셨던 '후엘고'의 과카나스 시나몬에서는 시나몬을 뿌린 애플파이 향이 맡았고, 최근 구매한 '놈코어커피'의 에티오피아 첼리 칠레에서는 빅파이 향기를 느꼈으니! 아직 100g이 더 남아있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다.







*추신:

수업 때 배운 내용인데도 막상 정리하려고 보니 모르는 것도 많고, 헷갈리는 것도 많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책도 찾아보고 검색도 다시 해보는 과정에서 확실히 스스로 정리가 더 잘 되었다. 부족한 부분들은 앞으로 더 채워나가는 것으로! 꾸벅꾸벅 졸면서도 끝까지 작성한 성과가 언젠가는 차곡차곡 높이 쌓일 거라 믿는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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