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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09. 2021

Ep.4_좋은 커피가 되는 길

커핑의 항목들과 스페셜티 커피, 그리고 COE !

마의 3회 구간을 넘어 4회 차. 필자는 커피를 좋아하고, 오래 함께하고 싶어 지속 가능한 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배워가고 있다. 작은 지식이지만 부디 커피는 좋아하고 알아가고 싶은 분들과 커피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글의 문을 열어본다.






커피를 볶았으니 이제 맛을 볼 차례다. 커피의 맛과 향을 평가하기 위해 '커핑(Cupping)'을 진행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밥그릇보다 조금 작은 볼에 일정량의 분쇄된 원두를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향기, 강도, 신맛, 바디, 밸런스 등 다양한 부분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로스팅한 지 하루가 지나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SCA는 8시간에서 24시간 이내에 로스팅된 원두를 커핑에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SCA에서 제공하는 커핑 폼(Cupping Form)



사실 일반 소비자들이 커핑을 경험할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 또한 수업에서 진행한 커핑 이외에 아직 경험한 적이 없다. 다만 위 형식의 항목들을 들여다보면서 커피의 맛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생소한 용어들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나아가서는 소비자들도 경험할 수 있는 퍼블릭 커핑에 참여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좋겠다.



커핑 폼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이 프래그런스(Fragrance)와 아로마(Aroma)다. 선생님이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 물으셨을 때 단어 뜻만 놓고 보면 의미가 비슷한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한 분이 "프래그런스는 분쇄한 원두에서 나는 향, 아로마는 원두에 물을 부은 후에 나는 향을 말합니다."라고 정리해주셨다. 이후 커핑을 하면서 신기했던 것은 이 프래그런스와 아로마의 향이 꽤 다르다는 점이다. 직접 경험하기 이전에는 '굳이 둘을 나눠야만 할까, 비슷한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원두를 내릴 때마다 분쇄하기 전 홀빈(Whole bean)일 때와 분쇄된 원두의 프래그런스, 아로마가 차이를 비교해본다. 이제는 이런 시간이 브루잉을 즐겁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다양한 꽃향기를 맡으며 기분 좋게 콧노래 부르는 바이브랄까. 커피를 처음 배우면서 머리가 아팠던 부분은 업계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용어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경험하고 구분하며 알아가는 재미가 생긴다.



'향미'를 뜻하는 플레이버(Flavor)부터는 스푼을 들어 직접 맛을 보고 점수를 체크한다. 한 모금을 목으로 넘겼을 때 좋은 향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다음 항목인 애프터 테이스트(Aftertaste)에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이 경우에 '후미가 좋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떫은 맛이나 잡미가 남는다면 후미가 좋다고 하기 어렵다. 애씨디티(Acidity)에서는 산미의 정도를 표시하고, 스위트니스(Sweetness)에서 단맛을 평가하는데 이 또한 뒷 여운에서 느껴지는 단맛을 세심하게 느끼고 표시해야 한다. 밥을 오래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단맛과 비슷하다고 하면 맞을까. 그래서인지 '스위트니스'가 구수함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단맛이 좋은 커피를 아주 사랑한다. 보통 그런 커피는 한 모금 먹자마자 찌릿찌릿해서 몸서리를 치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바디(Body)는 '바디감'이라는 말과 함께 익숙한 항목일 수 있겠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체크하는 항목인데 물, 주스, 우유를 마셨을 때의 느껴지는 촉감, 질감을 생각하면 바디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감각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 거칠고 텁텁하게 느껴질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좀 어렵게 느껴지는 항목이다. 현재까지 이해한 바로는 혀에서 느껴지는 농도의 질감도 중요하지만 '가득 찬 맛' 혹은 '비어있는 맛'의 느낌을 평가하는 항목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혹시 이것이 잘못된 해석이라거나 명쾌한 다른 해석이 있다면 아래 댓글로 달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더 명확히 알고 싶다 뿌앙!)



 밖의 맛의 균형감을 체크하는 '밸런스(Balance)' 항목과, 커핑에서는 같은 커피를 여러  준비하여 평가하기에  간의 동일성을 체크하는 '유니포미티(Uniformity)', 커피를 스읍 하고 마신 후부터 목으로 넘기는 순간까지 부정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체크하는 '클린 (Clean cup)'까지 지나면 최종적으로 샘플 원두의 점수를 매긴다. 여기서 80 이상을 받는 커피들이 바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된다.  아래 점수를 받으면 프리미엄,  아래는 커머셜 등급된다고.



이어서 나오는 키워드가 'COE', Cup Of Excellence다. 말 그대로 커핑을 통해 '훌륭한 컵'을 뽑는 심사다. 품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돌려주기 위해 1999년 국제 커피 기구가 만들었다고. 매년 9개 국가(과테말라, 니카라과, 르완다, 브라질, 볼리비아,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생두가 국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84점 이상을 받으면 경매로 판매되는 시스템이다. 'XXXX 년 COE X위'라고 홍보하는 커피를 본 적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타이틀 되시겠다. 그 가격을 들여다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그렇지만 세계에서 1위를 했다고 해서, 내 입에도 1등인 커피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커피는 오롯이 취향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각자가 가지는 다양한 취향에 따라 1등 커피는 다 다를 것이다. 그저 좋은 커피가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좋겠다. 보통 COE에 나오는 생두들은 20-50포대 정도로 적게 생산된다고 한다. 그 말은 커피나무를 기르고 그 열매를 수확해 생두 상태로 만들기까지 굉장히 세심한 노력들이 들어감을 의미한다. 예측하기 어렵게 변해가는 기후 위기 속에서 훌륭한 커피를 생산해내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땀으로 꽉 찬 1년간의 여정을 생각하면 입이 쩍 벌어지는 비싼 가격도 마땅한 값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COE 혹은 스페셜티 타이틀이 없는 커피라도 내 입맛에 딱 맞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 커피는 나에게 어떤 과정을 통해 오게 되었나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좋은 커피를 오래도록 마시고 싶은 마음과 함께!




르완다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사람들 (출처: nes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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