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Dec 07. 2021

Ep.3_오늘 마신 커피의 로스팅 정도는?

하늘 아래 같은 레드 없듯 다 같은 까만 콩이 아니다!


집에 그라인더를 두고 커피를 직접 갈아 내려먹기 시작했다면 커피콩의 색깔을 유심히 본 일이 있으리라. 갈아 놓으면 브라우니처럼 짙은 때도 있고, 황토처럼 밝은 갈색을 띠기도 하는 커피콩. 이러한 콩의 색깔은 보통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로스팅 정도라 하면 콩이 볶아진 정도를 말한다. 볶음도, 로스팅 포인트, 일본식으로는 배전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위의 분류표는 한국커피협회의 '커피바리스타' 기본서에 나온 대로 작성하였다.



SCA기준으로 Light Medium 정도는 밝은 갈색을 띠고, Medium은 진한 갈색, 그 이후로 갈수록 초콜릿색을 띠며 짙어진다. Dark 이상으로 로스팅이 진행되면 오일 성분이 겉으로 보인다. 색깔도 눈에 띄게 짙어지고, 스모키 한 향이 난다. 갈 때까지 간 로스팅에서는 암모니아(?)틱한 향이 나기도 한다. 로스팅은 보통 생두가 가진 특성에 따라 다르게 진행한다. 좋은 향과 산미를 가진 원두는 보통 약하게 볶아 고유의 장점을 살리고, 구수하고 단맛이 좋은 원두는 중볶음 이상으로 로스팅하는 것이 일반적이여 보인다. 물론 로스터리가 추구하는 맛에 따라 로스팅 스타일은 다양하게 달라질 수 있다. 주로 약하게 볶는 에티오피아 커피를 강배전으로 강하게 볶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한국커피협회의 로스트 마스터 자격 취득 과정 수업을 들으며 총 10회 정도의 로스팅을 경험했다. 그래서 경험한 세계가 병아리보다도 작지만, 병아리의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삐약!




로스팅을 시작하기 전 생두를 우선 유심히 살펴야 한다. 중간중간 벌레가 먹었거나 썩은 등의 결점두를 골라내야 한다. 이 과정을 핸드 피킹(Hand-picking)이라고 한다. 결점두들이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열심히 골라냈다. 스페셜티 급의 생두에는 결점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커머셜 급의 생두에서는 중요할 수 있단다. 그렇지만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는 시간 대비 나의 인건비와 등급별 생두 가격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결점두의 종류 ( 출처: toper.com )




초보자의 관점에서 로스팅은 1차 크랙, 2차 크랙을 중심으로 설명하려 한다. 주로 200도가 되었을 때 생두를 투입하여 로스팅을 진행하였는데, 콩들이 열을 지속적으로 받다가(흡열 단계) 팝콘 터지듯 '탁탁탁'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한다. 이것을 1차 크랙 또는 1차 팝 단계라고 부른다. 이때부터는 받았던 열을 밖으로 내뿜는다.(발열 단계) 보통 1차 크랙 이후부터 커피로 추출해 마실 수 있는 상태라고 여기는데, 로스팅 머신의 샘플러 봉을 통해 틈틈이 향을 맡으며 원하는 향이 날 때 배출하면 된다. 1차 크랙 이전의 향을 맡아보면 풋내가 나기도 하고, 곡물차 등에서 나는 향기가 나기도 한다. 1차 크랙이 진행된 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커피 향이 은은히 퍼지기 시작한다. 원하는 빛깔과 향에 도달했다면 쿨러(Cooler)를 켜고 빠르게 배출한다.




커피의 스모키 한 향과 쌉싸름한 맛을 강조하고 싶다면 2차 크랙까지 진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1차 크랙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파바박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하면 2차 크랙이 시작된 것이다. 이 이후로 배출하게 되면 콩이 팽창될 때로 팽창되어 1차 크랙 후 얼마 안돼서 배출한 원두와 비교하면 크기가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차 크랙 후 생두가 다공질 조직으로 바뀌어 팽창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많이 볶아질수록 내부 조직의 구멍이 점점 많아지니, 밀도는 점점 낮아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약볶음 원두가 강볶음 원두보다 강도가 세다는 말이다. 그래서 콩을 씹어 먹어보거나,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보면 약배전의 원두가 훨씬 딱딱하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다.(물론 본연의 생두가 지닌 밀도 차이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또한 2차 크랙 이후에는 원두 표면에서 오일 성분이 관찰되기도 한다. 오일 성분이 더 많이 관찰될수록 2차 크랙 이후 더 오랜 시간 로스팅이 진행되었구나를 판단할 수 있다. 로스팅이 진행되면 될수록 신맛은 감소하고 쓴맛은 증가하게 된다. 고기를 태우면 쓴맛이 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앞으로 이어 다룰 커피 추출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 그 방법이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고로 가지고 있는 원두의 로스팅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가지고 있는 커피콩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면 더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오늘 내려먹은 원두의 로스팅 정도는 어떠하였는가. 혹은 오늘 카페에서 마신 커피의 로스팅 정도는 어떠했을까.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마신 커피를 탐구해보자!



출처: pxhere.com


매거진의 이전글 Ep.2_커피 이름이 왜 이렇게 길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