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이렇게 힘든 거 아니지?

지플레르 선정 2020년 가장 아름다운 단어 '존버'

by 지플레르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다 앞자리에 앉은 여자분의 전화통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신경을 껐을텐데,

왠지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아치니, 부케니 하는 익숙한 단어들 때문이었습니다.

“응응, 가능하지. 아치도 가져가면 되고. 의자장식하고....가격은?

얼마? 이렇게 많이하는데 그 가격에 해달라고?”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고, 견적은 안나오는 상황이었죠.

“아, 그것도 해달라고? 근데 언제라 그랬지? 뭐? 내후년?"

저도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라구요.

한참을 그렇게 통화를 하던 그녀가

“그래....어쩔 수 없지. 뭐. 응응, 알았어.”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듯 하다가, 갑자기 욱하는 말투로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 야! 근데, 우리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지?”


다른 곳보다 싸고 맛있던 단골 커피집이 문을 닫았습니다.

작년보다 5분에 1도 매상이 안 나온다면서요.

꽤 장사가 잘 돼 보이던 옷가게도 2년 동안 열심히 벌어 월세로 다 내주었다고 하구요,

모두 평범한 얼굴로 성실하게 일상을 살아가지만

안으로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화통화를 들으면서 같은 직종이라 더 마음이 갔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미안하지만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에 저는 조금 위안을 받았네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시간들을 우리는 모두 묵묵히 걸어갑니다.

그 자리를 지키고, 이 시간을 버티는 것 만으로 정말 대단한거죠.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존버'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겠죠.

요즘 제가 가장 애정하는 단어이기도 하구요.

당신만 그렇게 힘든거 아니에요.

우리 함께 존버!!!!






이전 03화완벽한 꽃다발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