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꽃다발은 없어요.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by 지플레르

7년 전 친구 생일에 꽃을 선물했다 큰 깨달음을 얻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파리에서 막 꽃 수업을 듣고 온 직후이기도 하고

주는 사람이 저의 베프이기도 해서, 그 당시엔 많이 볼 수 없었던

헬레보루스나 프리틸라리아 같은 고급 소재를 총동원해 프렌치 감성을 듬뿍 담아 선물했죠.

친구와 만난 자리에는 제자들이 준 선물이며, 작은 꽃다발도 몇 개 있었는데

선물에 곁들이는 꽃다발이라 별다른 기교 없이 그냥 몇 가지 꽃들을 꾹 묶어 불투명한 연두색 비닐로 포장한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저의 꽃을 보고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저도 괜히 으쓱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때 마침, 친구의 지인이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친구가 제 소개를 해주면서, 파리에서 공부했고, 꽃이 너무 고급스럽지 않냐면서

제가 준 꽃다발과 학교에서 받아 온 꽃다발을 양쪽으로 나눠 들고

"어때, 정말 다르지!" 했죠.

그런데, 그분은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당황하고 있었어요.

분위기상 제가 만든 꽃을 골라줘야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고,

설상가상 고민 끝에 고른 꽃다발은 프렌치 감성이고 뭐고 없는

각기 다른 꽃 다섯 송이를 묶은 작은 꽃다발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대놓고 1패를 당한 저와^^ 당황한 친구와, 괜히 미안한 지인은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죠.

화려하지 않고, 풀이 많아 보이는 꽃다발보다

그냥, 다섯 송이 중에 보라색 꽃이 예뻐 보여서 그걸 골랐다는 다소 간결한 이유였습니다.



7년 전 의문의 1패를 당한 꽃다발

기분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얻은 게 있다면 바로, 그 어떤 꽃다발도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고급 소재에, 내추럴한 크래프트 포장지로 프렌치 감성을 내 본다한들, 어떤 사람 눈에는 좀 임팩트가 없는, 그냥 풀떼기처럼 보일 수 있도 있고,

별다른 기교가 없어도 강한 색깔의 꽃들이 모여있는 것만으로 다양한 꽃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거죠.

저 역시, 이런저런 꽃 사진들을 구경하다 '우와~"하는 작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나 한눈에도 가격대가 장난 아닐 것 같은 꽃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좀 주눅도 듭니다.

그럴 땐 저도 지인 찬스를 좀 써봅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나의 소박한 꽃다발이 더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나는 늘 최선을 다했고, 나의 꽃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걸로 된 거죠.

뭐 꼭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나요?

솔직히 조금은 상처 받긴 했지만

뭐 어쩌겠어요.

세상에 완벽한 꽃다발은 없지 않을까요?

완벽한 사람도 없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