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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May 10. 2023

주변에서 중심으로

시작하며

한참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해외사례를 찾아보던 때가 있었어요. 법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글로벌한 흐름에서 우리만 혼자 따로 갈 순 없으니까요.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의 위치와 방향성을 살펴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해외사례만 잔뜩 쌓아 놓고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급 띠용띠용(...) 시간을 갖게 된 뒤에는 우리의 이야기를 봐야겠다 싶더라고요. 지금, 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제대로 모르면서 마냥 해외사례를 들여다보는 게 맞는 건지 했거든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자연스럽게 다른 한쪽을 향해 나아가나 봅니다. 최근 다시 해외사례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사회적경제의 해외 동향을 두루(는 아니고 사실 일부만이네요..) 살펴보려고 합니다. 



사회적경제의 기회와 가능성

유럽에는 280만 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있고, 1,360만 명의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12월 9일 사회적경제 실행 계획(Social Economy Action Plan)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환경적 목적을 우선시하며 수익 대부분을 조직에 재투자하는 곳으로 정의됩니다. 사회적경제는 돌봄 서비스에서 리사이클링까지, 협동조합에서 사회적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형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고 이해됩니다. 그래서 2030년까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해야 할 38가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작동한 뒤, 유럽의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유럽의 사회적경제 실행 계획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혁신에 관한 권고안, 국제노동기구(ILO)의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공식 정의 채택 등 사회적경제가 주변에서 주류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시점인데요, 그때와 지금은 다르기에 이 흐름이 앞으로 어떤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지 궁금하네요.


지난해 12월 7일에는 사회적경제 실행 계획 1년을 맞아 브뤼셀에서 기념행사도 했더라고요. 행사 영상도 볼 수 있는데, 언어의 장벽이 아쉬울 뿐입니다.



사회적경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요 과제는 여러 부문에 걸쳐 있고, 또 다양한 유형의 기업/조직을 포괄합니다. 이건 다양한 법과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그래서 사회적경제는 넓고 모호합니다.


사회적경제의 다양성은 사회적경제의 접점마다 기회가 확장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도 있지만, 경계에 서 있기에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혼란함이 기본값일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어느 한 측면에 집중할 수 있겠죠. 이 한 끗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유럽에서는 이러한 사회적경제의 패턴을 고려해 사회적경제 기업/조직이 활동하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적절한 법, 규제, 재정적 틀을 개발해서 이들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회적경제가 만들어내는 순기능에 대한 이해와 공감, 지지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런 주장을 펼치는 거겠죠. 


한편, 제도의 변화가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단 생각도 합니다.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 정책에 담겨 있고,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암묵적 합의가 정책으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사회적경제를 촉진하겠다는 정책은,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가진 회복력과 포용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우리의 생활에 그 가치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핀란드 사례 살펴보기

이 움직임에 핀란드도 적극적입니다(사실 적극적인 것도 있지만, 제 선호가 반영된 나라 선택입니다...�) 핀란드에는 약 1,700개의 사회적경제 주체가 있고, 이들의 총매출액은 약 58억 유로에 달하며 5만 명 이상이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 2021년 사회적기업에 대한 전략을 세운 핀란드는 사회적기업과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10월 사회적기업 전문 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핀란드에서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혜택 제공을 주요 사업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유한책임회사, 협동조합, 사업 활동을 하는 재단이나 협회 등이 포함됩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표를 스스로 정의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복지 증진, 불평등 감소, 장애인 고용 제공 및 사회통합 촉진, 농촌 활력 유지, 생태 문제 해결 등과 관련된 목표를 생각할 수 있겠죠. 


참, 요 센터는 핀란드의 사회적기업협회의 Arvo의 주도로 디아코니아 응용과학대학(Diaconia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재활재단(Rehabilitation Foundation), 펠레르보 협동조합 센터(Pellervo Coop Centre), 실타-발메누시디스티스(Silta-Valmennusyhdistys)와 바테스 재단(Vates Foundation)의 컨소시엄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기관들은 각각 서로의 역량을 보완해 핀란드의 소셜 비즈니스 활동가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는데 제 역할을 하고 있고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00만 유로의 보조금을 배정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41억 4600만 원입니다. 3년간 투입된 보조금의 규모가 마냥 크다고 할 순 없는데요, 앞으로 센터는 2021~2027년 유럽사회기금 플러스(ESF+) 프로그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지지받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네요. 


이제 막 등장한 사회적기업 전문 센터가 핀란드 사회적경제 촉매제의 역할을 잘하고 있을지, 그 기회를 도전적으로 잘 다뤄내고 있을지, 그런 물음들을 가져봅니다. 



핀란드 사회적기업 전문 센터 홈페이지인데요, 다행스럽게도(!) 영어로 일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어로 된 홈페이지에 자료가 더 많으니 그 부분 고려하셔서 살펴보세요!



그래서 오늘의 논문은

이번엔 논문이 아니라 책의 한 챕터를 읽어봤습니다. 유럽의 현황을 좀 더 확장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요! 작년에 출간된 <Social and Cultural Aspects of the Circular Economy(2022)>에서 'Filling the social gap in the circular economy: How can the solidarity economy contribute to urban circularity?(순환 경제의 사회적 격차 메우기: 연대경제는 어떻게 도시 순환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챕터인데요, 사회연대경제(SSE, Social Solidarity Economy)와 순환경제(CE, Circular Economy)라는 개념을 학습하고 싶은 마음에 읽어 살펴봤어요! 각 개념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함께 사례 분석으로 연구를 풀어가고 있는데요, 짧게 주요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천연자원의 60~80%가 도시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순환경제로 전환하는 일은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도시발전 및 개발에 있어 순환경제와 사회연대경제 간의 연결고리를 포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핀란드 탐페레,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스페인 마드리드시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사회연대경제와 순환경제는 각각의 연구와 실천에서 비롯된 다른 접근방식이지만, 둘 다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 개념을 도시에 적용해서 확인하는 거죠.



그리고 위의 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사회연대경제의 아이디어들을 몇 가지로 구분해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도시의 각 사례를 통해 사회연대경제의 개념이 도시발전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도시 정책의 비전, 실천 관행, 거버넌스라는 기회의 요인들이 잘 융합되어 사회연대경제의 가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를 이끄는 숙련된 추진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결국 사람이 중요한 것일까요? 비관과 냉소에 빠지기 쉬운 상황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있고, 그 용감하고 당당한 사람들 덕분에 어떻게든 나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마냥 부정적일 수가 없어요. 나도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그렇게 긍정의 힘으로 서로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물들여 가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어요. 


*국내 자료가 아니라...읽기에 불편함이 있으실 것 같아 얼렁뚱땅(...) 번역을 해 두었습니다. 기술의 힘을 빌렸기에 어색한 부분도 있는데요, 전체적인 내용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2년 8월부터 격주로 발행 중인 <오늘의 논문> 뉴스레터의 내용을 다시 싣고 있습니다.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

https://diveintocoop.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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