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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May 19. 2023

사회적경제에 '돈'이라고요?

돈,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라고 말하면 좋을 텐데 말이라도 쉽게 그 말을 내뱉을 수가 없네요. Money and power to dust to dust, 오직 그것만을 좇는 자가 되지 않아...라고 어린 시절(사실은 지금도) 좋아한 아이돌 그룹이 노래했건만 말이죠. 물론 ‘돈’만 좇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온라인에서 한창 이 짤(..)을 봤을 때 아 그 말이 맞다고 이마를 ‘탁’ 쳤었거든요. 돈=행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돈 없이 행복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만 그럴까요?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존재의 목적이 ‘돈’ 그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익을 내야 하죠. 그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요. 시작부터 너무 돈, 돈 하게 되네요(호호..)



정책이 떠나고 남은 자리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각각 2019년부터 ‘자산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자산화 지원사업은 3년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종료되었고, 서울시의 민간자산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2021년까지 진행된 후 중단됐습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관계와 협업을 만들어내는 접점으로 역할합니다. 그 물리적 기반에 바탕해 사람들 사이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나아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의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이 싹틀 수 있다는 기대가 있죠. 자산화 사업은 그런 활동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부동산’을 갖추는데 기여합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자산이 아니라 지역과 시민, 공동체의 자산을 만드는 데 말이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야심 차게(?) 시작했던 자산화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도 그러니까 지역사회를 위해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 많아지는 것에 있었겠죠.


행정안전부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사업을 주관하되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평가해 보증하면 농협이 자금을 지원(대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초기 계획은 매년 25건씩 3년간 75건을 선정해 개당 5억 원씩 375억 원의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29개 단체에 약 183억 원이 집행됐다고 합니다. 참, 지원금액 상한선은 5억 원이었지만 2021년부터 10억 원으로 조정이 됐다고 하고요. 


지난 2021년 국토연구원의 월간지 <국토>에서는 '사회적 부동산'을 특집 주제로 삼아 다양한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함께 소유하고 함께 누리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참, 위 그림은 당시 행정안전부 사무관의 글 <주민이 지역공간을 공유하는 지역 자산화 지원사업>에서 가져왔습니다.



목표한 만큼의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지원만으로 공동체가 부동산을 소유하기에는 자금 마련 부담이 컸고, 또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도 커졌고… 그렇죠. 사업은 종료됐지만, 그래도 행정안전부의 사업 덕분에 국내 최초의 마을펍(pub)인 목포 ‘건맥쿱’, 서울 강서구 시민사회단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간인 ‘사람과공간’도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은 사라졌지만, 현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변화는 계속될 것입니다. 


사실 정책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자꾸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돈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사람과공간’이 그간 거쳐온 이야기를 담은 책 <시민 자산화로 로컬의 거점 공간 만들기>가 출간됐습니다. 저는 크라우드펀딩 참여를 통해 책을 받았는데요, 공동체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자산화에, 지역자산화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회적금융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회적금융은 무엇일까요?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금융의 의미는 아닐 텐데요, 어느 순간 좁은 의미에서 사회적금융을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을 흔히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사회적금융 역시도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이익을 함께 모색하는, 금융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2018년 정부는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회가치기금의 설립, 사회적금융중개기관 육성, 세제 등 민간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정부 및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라는 4가지 정책 방향이 제시됐는데요, 진행과정과 그 결과를 살펴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아쉬움이 있기에 또 다음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습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영국의 현황을 살펴보면, 사회적경제기업 모두 고군분투 중이라고 합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플렁켓재단(Plunkett Foundation)은 영국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5곳 중 한 곳이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의 피로감, 예비비의 감소, 조직 운영 거버넌스의 정비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요. Social Enterprise UK에 따르면 1만 개에 달하는 사회적기업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현금 흐름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요. 작년 8월의 보고서이니 지금은 조금 상황이 나아졌을까요? 분위기 전환을 하려 했는데(..) 쉽지 않네요.


플렁켓재단의 관계자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피봇(pivoting)을 강조합니다.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사업 방향을 전환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례를 통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고, 고객층이 누구이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이죠. 한편, 협동조합 및 공동체이익조합(community benefit society)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주식의 한 형태인 공동체 주식(community shares)이 중요한 자금 조달 방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반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듯, 공동체 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 공동체 주식을 발행하고 여기에 사람들이 동참해 주식을 사는 것, 간단한 구조인데 법과 제도가 이를 수용해야지만 가능한 도구겠죠.


공공부문이나 은행권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사회적금융 공급만큼 내부의 자금조달도 필요한 것 같아요. 녹록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런저런 상상을 해봅니다.


2012년부터 12만 6천여 명의 사람들이 공동체 주식으로 2억 파운드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지금 환율 기준으로 약 3266억 원 정도인데요, 공동체 주식이 사회적경제기업 성장과 지원을 위한 중요한 요소겠구나 싶어요. 공동체 주식의 다양한 사례를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논문은

2022년 나온 ‘1960-1970년대 공장노동자의 신용협동조합운동―인천지역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살펴봤어요.


연구자는 ‘오늘날과 1960년대의 신용협동조합은 정체성 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만, ‘1960년대 초에 설립된 신용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출자하여 자금이 필요한 조합원들에게 대부하는 협동조합금융(Coop Finance)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언급합니다. 논문은 1960~1970년대 인천지역 신용협동조합의 설립 흐름을 대규모 공장에서 직장유대, 혹은 직장유대와 지역유대의 협의체로 설립된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노동운동이 활성화되는 배경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리채 문제 해결과 경제적 자립 도모를 지원하는 신용협동조합 설립이 공장노동자의 직장유대를 기반으로 추진됩니다. 한편, 직장 내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한 신협 운동이 지역주민 참여 속에 지역유대로 확장되어 간 사례가 나타나기도 하고요. 당시 등장한 신협은 월 2%(연 24%) 내외 금리로 대출사업을 추진했는데 월 6%(연 72%) 이상인 고리채와 비교해 협동금융이 조합원에게 끼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호부조와 자립·자주적 운동으로 전개된 신협이 1972년 신협법 제정 이후 '‘제도권 서민금융’으로 발전해 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개혁과 신협의 규제환경 변화 속에서 나타난 신협의 경영전략 변화를 2021년에 나온 ‘한국 신협의 비즈니스모델과 경영전략 변화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자는 신협이 건전성 규제 강화로 생존을 위한 수익성 위주의 운영을 하다 부실조합들이 정리되고, 조합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신협의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이 신협 정체성 희석에 대한 비판을 가져왔다고 정리합니다. 조직 안팎의 비판 속에서 신협은 사회적 가치기반 경영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지역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조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게 되었고요. 


두 논문을 읽으면서 신협의 존재와 변화의 흐름, 사회적금융의 등장과 신협의 역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 서로에 기대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다른 분들께선 두 논문,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한국 신협의 비즈니스모델과 경영전략 변화 연구' 논문을 통해 민간금융협동조합조직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신협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금융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사회적경제기업이 겪는 변화의 파고에 사회적금융도 영향을 받겠죠. 하지만 결국, 금융이 가져온 양극화와 사회적 문제를 금융을 통해서 해결한다는 것, 금융으로 사회적 비즈니스를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논의가 충분히 확장되고 또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5월 25~26일 서울에서 2023 사회적금융포럼이 열린다고 합니다. 4월 18일부터 참가등록을 받고 있더라고요. 어떤 논의들이 오갈지 궁금함을 안고 이번 회차 논문 읽기를 마무리합니다.



2022년 8월부터 격주로 발행 중인 <오늘의 논문> 뉴스레터의 내용을 다시 싣고 있습니다. 구독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

https://diveintocoop.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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