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예민해도, 생각이 많아도 괜찮아

2021.07.22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배님들께서 사회생활을 할 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 주십니다. 이해하려 애써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들이 참 많으니까요. 아마 그런 것들에 매번 온 마음을 쓰다 보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십상이라 그런 조언을 해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언들이 무색할 정도로 저는 참 생각이 많습니다. 게다가 감정까지 예민해서 세상의 자극들에 정말 민감하게 반응해요. 그래서 제 성격이 단점으로 느껴질 때가 참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던하게 넘어가는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를 너무 깎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저의 콘텐츠들이 그러한 고민들을 한껏 담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쏟아진 여러 가지 생각들에 휘청거리던 와중, 연구실에 계신 박사님께서 점심을 사주셨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저와 여러모로 비슷한 면이 많다고 느껴져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박사님이세요. 분야는 다르지만 매번 연구적으로 많이 격려해 주시고, 진로나 개인적인 고민거리도 귀 기울여 들어주시면서 좋은 의견과 조언을 항상 덧붙여 주시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참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말씀은 감정적으로 민감하고 생각이 많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면의 에너지가 충분하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세상의 여러 신호들을 받아들이고, 그 저의를 궁금해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스스로가 감당 가능하기에, 가진 에너지가 충분하기에 지금의 제가 민감하고 생각이 많은 것은 아닐까 하는 좋은 질문을 던져 주셨습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나름의 뿌듯함도 생기더라고요. 어쩌면 스스로의 기질을 너무 파괴적이지 않는 선에서 잘 유지하고 발현시키며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어쩌면 단순히 스스로가 갖고 있는 단점만 한없이 바라보아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닌데도 부정적으로만 바라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테니, 자신이 감당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잘 표현하고 살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민감하고 생각 많은 기질이 사회생활할 때 조금 피곤할 순 있겠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자신이 갖고 있는 약간의 단점을 조금씩 극복하고 다듬어가면서 말이죠. 또다시 시작됐던 제 자신과의 다툼이 박사님 덕분에 평화롭게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잘 배워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니, 좀만 더 기운 내라는 말씀도 정말 큰 힘이 되었고요. 언제나 그렇듯 저는 제 주변 분들에게 참 감사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작은 다툼을 잘 마무리해주신 박사님께 감사드리면서, 이제는 조금 더 여유롭게 저의 기질을 마주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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