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집안일을 어머니는 어떻게 하신 거지

2021.08.01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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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수술 회복을 도와드리러 집에 올라온 지 일주일이 조금 안 됐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마주해야 했던 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집안일이었어요. 서울에서 1년 정도 자취를 한 경험이 있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제가 생각했던 종류의 어려움이 아니었습니다. 혼자만의 살림을 위한 집안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를 위한 집안일을 해야 하다 보니 양이 훨씬 더 많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집안일을 전부 다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주로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음식 준비를 위한 장보기, 빨래 정도가 있겠네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집에 올라와 연구를 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양입니다. 새삼스럽게 음식 준비나 설거지 고민 없이 학교에서 먹던 학식이 참 감사해지고, 혼자서의 빨래와 간단한 주변 정리만 하면 충분했던 불과 며칠 전의 생활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득 어머니께서는 이 많은 일을 어떻게 그리 오랫동안 혼자 감당하셨을까 싶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집안일만 해도 지겹고 버거우셨을 텐데 회사도 다니시면서 자식들도 기르셔야 했으니까요. 그러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고 상하시는 게 당연했으리라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부모의 희생 없이는 자식이 자라날 수 없으니까요. 저는 그저 집안일만 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마저도 가볍지 않음을, 가정과 자식을 위해 당신을 갈아 넣으셔야 만 했던 어머니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족이 제 인생에 있어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자식을 낳는 것은 더더욱요.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자식과 새로운 가정을 위해 어머니가 해오셨던 것처럼 그토록 많은 희생과 노고를 쏟아부을 수 있을 자신이 아직은 없거든요. 세대가 흘러가며 바뀐 가치관의 영향을 제가 받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일이 저에게는 꽤나 두렵기만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의 헌신이 더욱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운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집안일 때문에 몸이 바쁘긴 해도 큰 불만은 없습니다. 집에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제가 하고 있을 뿐이고, 지금이나마 어머니께서 해오셨던 일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뿌듯하고 만족스럽거든요. 많긴 하지만 제가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저는 한 달 후면 다시 학교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그냥 집안일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연구는 틈틈이 하려고 합니다. 연구는 언제라도 다시 할 수 있겠지만, 가족과 함께 있어 집안일을 도울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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