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라서 느끼는 불안함

2021.08.19

by 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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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스트레스가 몰려왔습니다. 딱히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도 아니고 제가 크게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새롭게 해야 할 일들을 마주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였죠. 평소라면 단순히 날카로운 감정 때문에 겪는 일 같아 그냥 넘겼겠지만, 오늘은 왠지 삐딱한 마음에 기어이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데 왜 항상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마주해야 하는 것인지 억울함이 있었나 봐요.


아직 20대가 끝난 건 아니지만, 저는 제 20대를 참 열심히 살았고 꽤나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뒤돌아보면 신기할 정도로 강력했던 원동력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었어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스스로가 나아지고 싶다는 향상심도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 대한 부러움과 하루빨리 나아져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었죠. 무엇보다 큰 감정은 불안함이었습니다. 지금 무언가 노력하고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저를 지배했었죠.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20대 초반에는 다양하게 경험하고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다소 가혹하게 느껴졌던 경험들도 새로운 즐거움으로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으니까요.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불안함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무엇이 됐던 조금씩 해낼수록 만족의 기준 또한 조금씩 올라갔고, '이쯤이면 충분해'라는 만족보다는 '조금 더 해야 괜찮지 않을까'라는 채찍질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이 늘 조금 더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제가 그간 해낸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깎아내리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더 나아지려 발버둥 칠수록 더욱 불안해지는 이상한 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죠.


저는 불안이 없는 완벽한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고 있는 일도,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도, 심지어 제가 관심 있는 여러 가지 영역들에서도 늘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삶이 굴러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시도는 해 볼 수 있을 거라며, 시도해 보는 것 자체는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그토록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완벽이 닿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면서, 충분함에 박수 치기보다 부족함을 질책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거죠.


하지만 객관적인 상태는 영원히 완벽할 수도 안정적일 수도 없을 겁니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요? 저의 가치와 제가 느끼는 행복은 끝없이 위협받을 것이고, 결국에는 그때그때 대처해 나가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꽤 오랜 기간 저는 제 자신의 작은 흠들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독하게 괴롭혀 오고 있습니다.


오늘 몰려온 스트레스도 이런 완벽주의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벽해지려 애써왔던 순간들로 인해 경험하고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결코 채울 수 없는 간극을 메꾸려 애쓰는 건 되려 저를 더 위태롭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참,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도 고치기가 너무 어렵네요. 이마저도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는 걸 보면 아직 스스로에게 호의적일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쯤 스스로에게 충분함을 허락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언제쯤 이 불안하기만 한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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