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 대한 걱정은 대부분 별 쓸모가 없다

2021.08.27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휴가를 내고 본가에 올라온 지 한 달이 조금 안 됐습니다. 올라온 초반에야 이 생활에 적응하고 당장 해야 할 연구를 하느라 나름 바빴지만, 생활에 익숙해지고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다 마무리가 되어 이제는 꽤나 여유가 생겼습니다. 때때로 가족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뒹굴거리기도 하면서 학교에서는 누리지 못 했던 나름의 소소한 여유를 즐기고 있어요.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는 겁니다. 연구실에서처럼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집안일처럼 다소 산발적인 일들이 주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새로운 생각들, 특히나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게다가 저의 경우에는 그 고민의 범위가 지나칠 정도로 넓었고요. '당장 연구실에 돌아가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하는 가까운 미래부터 '졸업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꽤나 먼 미래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별의별 고민들이 엉켜 밀려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영상을 만들며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려 애쓰기 시작했는데, 문득 이 생각들이 별 도움도 안 되고 참 쓸모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간 컨텐츠로 남겼던 생각들은 제 나름의 시작과 끝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최근의 생각들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제가 마주한 현실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가정과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생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당장 연구실에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는 그나마 나았지만, 졸업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토록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시작한다 한들 당장 답을 낼 수는 없으니까요. 현재 마주해 있거나 가까운 미래의 고민은 행동을 통해 해결을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꽤 먼 미래에 대한 것은 그 시도를 할 기회 자체가 아직 주어지질 않았으니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별 쓸모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지난번 글에 이어 덧붙여본다면, 그토록 먼 미래를 고민하고 대비하고자 애쓰는 것은 성취 불가능한 완벽을 좇는, 피할 수 없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는 다소 무의미한 행위인 것 같아요. 계획을 하고 미래에 대비하고자 하는 건 한 번쯤 해봄직 하겠지만, 언젠가 그 미래가 현재로 다가왔을 때는 꽤 많은 것들이 바뀌어 또다시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테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마주한 이 순간이고, 그다음이 곧 다가올 짧은 미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짧게나마 가족들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들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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