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본가에 있으면서 짜증이 많이 났습니다. 집안일을 해야 할게 너무 많은 거예요. 물론 좀 타협을 하고 어느 정도 대충대충, 마음에 안 드는 건 눈을 좀 감고 하면 괜찮을 텐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집이 깨끗하고 단정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는데 그 욕심을 충족하려면 즉각 즉각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저 혼자가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그러기에는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끝내 에너지가 바닥날 때마다 저는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당연히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아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데 제 풀에 지쳐 짜증을 내는 꼴이라니. 그냥 제 기준들을 내려놓고 몇 가지 포기하면 될 것을 괜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제가 한 고집해서 그런지 포기하기가 정말 너무 싫더라고요. 차라리 내 몸이 좀 더 힘들고 말지. 짜증이 나더라도 그걸 인내하고 부드럽게 표현하는 걸 배우고 말지. 집안일에 대한 내 기준을 절대로 낮추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죠.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무엇 하나 꽂혀서 해야겠다고 하면 꽤나 참을성 있게, 밀어붙여 끝내 해내는 편입니다. 감정 기복이 커서 중간중간 짜증도 많이 내지만, 처음의 결심이 훼손될 정도의 큰 사건이 없다면 되도록 끝까지 밀어붙이는 편이에요. 그런 고집 덕분에 제가 이 힘든 대학원 생활도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문제가 있다면 그 욕심을 부리는 영역이 꽤 다양하다는 겁니다. 직업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과 취미들에 대해서도 제 나름의 기준들이 확고한 편이에요. 어느 정도냐면 즐겁고자 하는 게임을 할 때도 일정 수준으로 잘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러다 보니 할 일이 참 많아요. 확고하고도 꽤 높은 기준이 만들어낸 많은 할 일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바쁜 삶을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것 같습니다. 제 나름의 기준을 낮추고 타협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가끔 하는 걸 보면,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삶이 도달하기 전에는 괴로워도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매사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제 고집을 지키기 위한 꽤나 처절한 발악인 거죠. 뭐 그래도 꽤 괜찮습니다. 저다운 게 이런 거라면 이런 삶도 꽤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어쨌든 그래서 집안일도 대충 하기보다는 잘 해내되 짜증을 안 낼 수 있도록, 짜증을 덜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잘 조절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집안일에서까지도 이런 생각을 마주하는 걸 보면 저는 해야 할 일 투성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언젠가 너무 지치면 포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