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데이터로도 볼 수 없는 것

2021.09.10

by 지노

※오늘의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가 나름 크리에이터가 된 지 1년을 훌쩍 넘기고 2년 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낭만적이지는 않아요. 조회수와 같은 것들로 보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뚜렷한 성장세가 저의 컨텐츠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낮은 성과를 마주하다 보면 가끔씩은 제가 너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솔직하게만 이야기하고 어그로를 끌지 않는 게 문제일까 등등의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숫자가 작다고 해서 그 의미마저 작은 것은 아닙니다. 컨텐츠를 만들며 스스로가 치유되는 느낌도 있고, 많은 분들의 진심 어린 공감과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참 감사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건 숫자로 보이는 채널의 성장세나,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없을지도 모를 수익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영역입니다. 되려 그 숫자를 키우는 것에만 집중하여 이런 컨텐츠를 만들지 않았다면, 제 컨텐츠의 색깔은 희미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 느끼는 소중한 감정들을 결코 마주할 수 없었을 거예요.


단순히 취미로 하는 창작의 영역을 넘어 돈과 커리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학부 때 제가 살아왔던 방식을 되돌아보거나 당장 눈앞에 고려하고 있는 진로를 보면, 돈을 크게 벌거나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나의 커리어를 깊게 파고들 것 같지는 않아요. 저라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함께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것을 즐거워하다 보니, 관심사도 많고 이런저런 영역을 많이 건드리는 편입니다. 이것이 빠르게 연봉을 올리거나 한 업계에서 꾸준한 경력을 쌓는 것과는 거리가 먼 방식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최소한 아직까지의 저는 뚜렷하게 보이는 숫자들을 채워나가는 것보다도, 그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와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게 더 좋습니다.


물론 그래도 숫자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분명 저도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고, 돈도 많이 벌고, 중심을 잡아줄 한 가지 뚜렷한 커리어를 갖고자 하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방향이 단순히 숫자들에만 기대고 있지 않을 뿐입니다. 데이터로는 볼 수 없는 가치들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도록 그러한 가치들이 빛날 수 있는 방향으로 선택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희생이 따르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지표들의 성장세가 더디어 불안함과 조급함이 밀려오더라도, 제 모습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여정에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려 애씁니다.


설령 이렇게 살다 평생 특별하지 않은 숫자와 데이터만을 마주해야 한다고 해도 크게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단순히 숫자들로는 설명이 안 되는 영역의 충만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행운이 깃든다면 숫자들까지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제 영역이 아닌 것에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죠.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는 분들께 자주 찾아가는 성실한 크리에이터가 그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초라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저는 제가 원하는 방향을 알고 잘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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