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3
학교 주변에 제가 참 좋아하는 공원이 있습니다. 휴학을 마치고 학교를 돌아와서부터 특히나 자주 왔던 곳인데요. 5월 중순부터 내부공사를 하고 있어 이용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오늘 방문을 해 봤는데 아쉽게도 10월 말까지 공사기간이 연장됐더라고요. 이제 졸업하면 이렇게 자주 오지는 못 할 텐데, 조금이라도 더 거닐고 싶은데 하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어 공원 주변을 서성이듯 걸었습니다.
졸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 연구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니 다행히 한 학기를 더 해야 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바라던 졸업인데 막상 다가오니 기분이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다가오는 졸업에 대한 감흥을 느낄 틈이 없이 당장 눈앞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쏟아져서 인 것 같아요. 진행 중인 연구과제 일도 해야 할게 많이 생겼고, 졸업 후 갈 회사에 지원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을 맞고 미열과 가슴이 약간 답답한 증세를 겪으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 아닌가 하는 기우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로 내려온 지 2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꽤 길었던 추석 연휴를 맞이했던 것도 일이라면 일이었죠.
문득 이 이야기들을 들으시면 조금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소한 생각이나 일상의 사건들까지도 컨텐츠로 만들던 사람이 왜 그냥 지나쳤을까? 저도 이런 변화가 조금은 낯설고 아쉽기도 합니다. 왜 그런지 돌아보면 제가 마주한 일들이 바빠진 것도 있지만,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을 집에 있다 돌아오며 마음을 다 잡은 것도 큰 것 같아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만큼이나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니 마무리는 진짜 제대로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평소 하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성찰이나, 대학원 생활 혹은 연구 자체에 대한 고민들은 많이 잦아들었습니다. 그 대신 진행 중인 연구와 과제로써 해야 할 일들이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그런 생각들이 가득하니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연구실에 평소보다 오래 있거나 주말에도 나가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습니다. 단순히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느낌보다는, 얼마 남지도 않은 기간 동안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만들어지는 컨텐츠의 양이 줄어들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또한 저의 변화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심 있게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라면 일주일에 두 번씩 올라오던 글이 한 번으로 줄어든 것을 눈치채셨을 거예요. 사실 이렇게 바빠지기 이전부터 컨텐츠로 남기는 생각들이 저 스스로도 크게 감흥이 없거나 지나치게 짧은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거든요. 크게 특별하지 않은 대학원 생활의 반복이다 보니 할 말이 떨어져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살아가는 현재에 충실하지 못해서 경험과 생각의 깊이가 얕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의도대로 충분히 깊이 있는, 그러면서도 솔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위해서는 다작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지금 제가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에 이런 변화를 갖는 게 조금 더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여러모로 상황이 겹쳐 예상보다 조금 일찍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이렇게 오랜만에 꽤나 긴 길이의, 그리고 저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깊이의 글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올 것 같지 않던 졸업이 눈앞에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어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겠지만, 그만큼 더 집중하고 있기도 하고 컨텐츠 만드는 것을 비롯해서 일상의 여러 부분에 변화를 주기로 했으니까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 해낼 거예요. 끝내 힘들게 버텨낸 시간을 뿌듯하게 마무리했다는 만족감과 졸업을 끝으로 또 새롭게 펼쳐질 제 생각과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