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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Jun 06. 2022

대학원에서의 갈증을 회사에서 해소하고 있다

대학원 졸업 후 회사원

  연구는 기존에 풀리지 않은 문제를 푸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는 연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중심 기술을 제외한다면 그 외 기술들의 수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소 어설프더라도 제안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만 있으면 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대학원에서 느꼈던 갈증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한 가지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다른 기술들을 가져다 쓰고는 있는데, 너무 조잡하다는 느낌이 들어 연구실 내부에서 밖에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기술을 완성도 있게 갖추어 실제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지가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대학원에서 해보았던 작업을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전에 어설프게 했지만 제대로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던 일이었는데 역시 현업에서 하는 건 달랐어요. 책에 나오는 내용도 있었고 노하우를 따라가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일을 수행할 때 훨씬 더 디테일한 경험적 근거들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니어 분들께서 알려 주시는 내용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왜 이렇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와, 실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제가 어느 수준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선이 생겨 좋았어요. 특히나 제가 하는 분야가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얽혀야만 하다 보니, 각 분야들에서 기술적으로 잘 해낸다는 것이 이 정도 수준과 모습이겠거니 하는 청사진이 보다 실감 나게 다가오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물론 대학원은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연구를 하는 곳이니까요. 더불어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이 특정 수준까지 올라와야 하는데, 해당 분야에서 익숙해지고 노하우를 찾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사실 상품화를 위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어도 연구실에서 관련 분야의 지식을 1, 2년 만에 개괄적으로나마 습득하는 것 자체도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또 어쩌면 그렇게 습득한 지식의 조각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일하면서 적응하는 것이나 업무를 배워나가는 것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걸 지도 모릅니다.


  대학원과는 다른 회사의 특성인 것 마냥 이야기했지만, 이 모든 것에는 시니어분들이 잘 알려주셔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니어가 주니어를 챙기는 게 결코 당연한 게 아닌 듯해요. 모르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편하게 물어보라 먼저 말씀해주심이, 귀찮을 법한 질문들에도 늘 세심하게 답변해주심이 그저 감사하기만 합니다. 대부분의 것들을 혼자서 해내야 했던 대학원과 달리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일을 해나가는 느낌이 들어 좋은 요즘입니다. 어쩌면 제가 느꼈던 대학원에서의 갈증은 실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쓰여야 하는 기술 수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수준을 갖춘 사람들로부터 배우며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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