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 Jun 13. 2022

자취하는데 아파서 서러웠던 날

아픈 자취생

  저는 평소 소화를 잘 못 시키는 편입니다. 장이 별로 안 좋은 탓인지 장염을 거의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사람이에요.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습니다. 밤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 잤는데 새벽에 다시 배가 아파서 깼어요. 예삿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몰려오는 졸음에 못 이겨 다시 몸을 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깨고 화장실에 가는 일을 몇 차례 반복했습니다. 한 번은 몸에 경련 비슷한 떨림이 오며 긴장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했고요. 그러다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아 소염진통제를 찾아 먹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그 새벽에 뜬눈으로 자가 키트로 검사도 했는데 음성이었어요. 이 정도면 장염이 확실했습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장염이라니...


  밤새 연차를 쓸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을 하다가, 회사일에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그래도 출근은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끝내 간신히 일어나 운동과 아침은 건너뛰고 가볍게 지나가길 바라며 출근을 했습니다. 상태가 괜찮은 건지 그동안 체력이 붙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몸이 심하게 깔아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업무가 제대로 될 턱이 없었습니다. 거의 3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탓에 필요가 누적되어 집중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점심으로 죽을 시켜 먹고 막간을 이용해 잠을 청했으나 차도가 없었어요. 오후가 되자 열까지 오르는 탓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 간 내과는 신속항원 검사를 진행하지 않아 고열이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했어요. 자가진단으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간신히 몸을 움직여 들어간 병원인데 쫓겨난 셈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몸을 움직여 다른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신속항원 검사를 하는데 입에 넣었던 봉을 코에도 다시 넣어서 당황스러우면서도 불쾌했어요. 여전히 음성이었고 별다른 진찰은 없었습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비롯한 약들을 처방받아 회사로 복귀하여 복용하였고요. 약효가 바로 나타난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기분만이라도 나아져 다행이었습니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 참 화창하고 좋았는데, 곧 있으면 꽤 긴 연휴를 앞두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물론 필요한 회의에 참석했고 하는 일에서 작은 진전이 있어 출근이 그렇게 헛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몸이 아프니 본가에 계신 부모님이 그렇게 그립더라고요. 혼자 지낼 때 몸이 아프면 세상 서럽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습니다. 혼자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니 제 생활을 도와주거나 대신 맡아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아마 연휴 기간 내내 회복하느라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쉽지만 일단 회복에 집중해야겠습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에서의 갈증을 회사에서 해소하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