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지탱하는 체력
제가 찾은 해답은 운동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몸을 개운하게 하는 정도를 넘어서, 체력을 기를 수 있을 정도로 다소 강도 높은 운동만이 효과를 보았어요. 예민한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에 자주 휩싸이고 그것에 대처하느라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마음이 힘들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 생각해요. 몸의 체력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고도 남는 에너지가 점차 늘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문제를 타개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시간 또한 짧아지는 거죠.
물론 체력을 기르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애초에 체력이 좋지 않았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대처 하고도 남을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장 체력이 늘지 않더라도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내 몸과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그저 무력하게 휘둘리는 것과는 달리 운동은 내가 온전히 제어할 수 있는 행위이니까요. 첫 시작은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시작했다면 이제 조금씩 버티기만 하면 되고요. 당장은 다소 부족하고 고통스럽고 멋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간이 반복 되더라도, 하루하루에만 집중하여 버텨내고 몸이 견뎌낼 때 즈음에는 강도를 높이는 작업을 반복하면 어느새 늘어난 체력과 변화된 일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가끔 운동을 하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리 체력이 늘어나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해도 그냥 아침에 조금 더 자거나 바닥에 뒹굴고 싶을 때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때마다 감정에 휩쓸려 힘들어 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그럼에도 지켜내고 싶었던 저의 예민한 기질도 함께 말이죠. 그러면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저의 예민함을 지키기로 선택했다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무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