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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Jul 18. 2022

열심히 사는 당신은 바보가 아니다

뭐하러 열심히 사냐고?

  팬시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부와 명예를 충분히 채워 평범한 일상에서 몇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일상에 스며든 미디어를 통해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그들도 분명 보여 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 주는 것일 텐데 말이죠. 유독 그런 메시지들에 강렬하게 꽂히고 제 자신을 못생기게 비추는 거울을 만듭니다. 그다지 뚜렷하게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데, 경제적 자유나 큰 명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스스로를 한없이 부족하게 만듭니다. 나는 지금 분명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저런 멋진 모습에 발끝마저 미치지 못할 것 같아 허무함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들로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늘 어떤 일을 충실하게 제대로 이행해 줄 사람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멋진 비전과 창의적인 방향성이 제시되어도 실행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미디어에 보이는 팬시한 사람들의 열망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잘 해내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쳇바퀴 돌듯 주어진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과감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일에 큰 열망을 품지 못한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그저 기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인 거죠.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돈경우에도 참 머리 아픈 주제입니다. 돈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돈이 많아질수록 고민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불행해지지 않을까요? 그만큼 풍족한 돈을 가진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궁금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당장 그럴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을 모으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 자유와 같이 달콤하고도 이상적인 상황은 아무나 취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큰 부를 누르기 위해서는 당장이라도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이성적으로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노동을 통해 교환한 자본으로 작은 부를 천천히 쌓아 가는 것입니다. 미디어 속 환상적인 사람들과는 달리 저는 제 일상을 지탱하기에도 바쁘니까요. 조급한 도박보다는 차분하게 시간에 투자하는 게 필요합니다.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쉼 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기회를 잡으려 애쓰고 기꺼이 잡아내는 사람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바보는 아닙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계속해서 우리를 초라하게 만드는 미디어는 이러한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로 이득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 불안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 삶이 초라해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열심히 사는 게 바보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주어야겠어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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