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에 대하여
짧게나마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건 이런 친절함이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이익보다는 사람대 사람으로서 만날 기회가 많았던 학창 시절에 상대에 대한 친절함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말이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보다 일을 훌륭하게 완수하는 것이, 감정을 배려해서 말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회사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친절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로써 얽힌 사람들에게 저의 친절은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얼마나 일을 잘 해내는 가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선의 친절을 베푸는 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 같기도, 중요하지 않은 일에 힘만 쏟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태도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타고난 긍정론자이거나 성인군자라기보다 선천적으로 상대의 감정선이 너무나도 잘 보이고,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람들 간에 좋은 기류가 중요한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 커요. 아무리 건조해지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친절함에 대한 보상을 언젠가 받아내야겠다는 다소 치기 어린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가끔씩 친절함을 버리라 유혹하는 모진 말들과 상황에 대해 '그냥 내가 이런 것을 어쩌겠어'라고 넘길 수 있는 나름의 대범함도 가지고요.
물론 어느 정도 조절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저를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저의 친절함이 모두에게 닿을 수는 없으니까요.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저를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어쩌겠어요. 모든 일이 그렇듯 친절함에도 대가가 따를 뿐입니다. 여전히 따뜻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만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그게 쉽지가 않네요. 그러니 단순하고도 강인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저는 그저 친절하지 않으면 성이 안 풀리는 사람일 뿐인 거고, 그 뒤에 따르는 대가들은 제가 감내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