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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Nov 21. 2022

직장인은 노예가 아니다

직장인이면 다 노예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NASA를 방문했을 때 한 청소부를 만난 일화는 유명합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냐는 케네디의 질문에 청소부는 사람을 달에 보내기 위해 기여하고 있다 대답했다고 하죠. 분명 청소부도 NASA에 속해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었습니다만, 그런 대답을 한 청소부에게 직장에 속박된 노예라던지 정신 승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던지 등의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물론 청소부라는 직종의 자유도나 처우가 다른 직종과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보수와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직종이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보편적으로 직장인보다는 회사 대표나 교수, 혹은 전문직이 더욱 좋은 직업으로 평가받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직업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좌절하거나 평가절하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흔히들 직장인은 회사의 노예라고 말합니다. 열심히 해봤자 회사 대표라는 주인에게 봉사하는 꼴이라며 너무 열심히 할 필요 없다는 식의 말을 합니다. 어차피 독립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노예라면서 말이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거나 직종 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일의 본질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던, 회사의 오너이던, 자영업자이던, 교수이던 결국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게 일을 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을 한다는 행위가 동일하여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존재하여 조금 더 희귀한 것을 줄 수 있는 직업이 있는 거죠. 보편적으로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해준다고 인정받으면 보다 좋은 직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어떤 직업을 갖는지, 해당 직업을 가지고 있어 남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 그 사람이 노예인지 아닌지를 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에서 한 사람의 노예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오로지 태도에 달려있다 믿습니다. 회사의 대표라도 경영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기만 한다면, 교수라도 정년 보장의 이유로 논문에 대한 스트레스만 느낀다면 그들도 노예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남에게 주어야 하는 무엇인가에만 끌려다니고, 일을 하는 행위 자체나 결과로써 만들어지는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거나 고민할 수 없는 사람이 노예라고 생각해요. 반대로는 직업과 상관없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꽤나 귀하고 대부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죠.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다보면 역량도 올라가고, 같은 직종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원한다면 본인을 필요로 하는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자유도 주어집니다.


  솔직히 종종 신경 쓰이긴 합니다. 이렇게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일을 하며 사는 게 틀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남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저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일을 주체적으로 해나가고 싶을 뿐이에요. 주체적인 것이 결과적으로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분명 행위 자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만족감과 면죄부가 있습니다. 커리어의 성공과 삶의 성공이 반드시 동일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기에 주로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하는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하는 제 자신을 노예라고 여기지 않을 겁니다. 큰 일은 작은 일들로 이루어지기에, 큰 비전을 이뤄내기 위해서 작은 일들을 주체적으로 하는 사람들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우주로 나아가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생각했던 NASA의 청소부처럼, 작지만 꼭 필요한 일을 주체적으로 해내는 직장인으로서 행동할 겁니다. 농담으로라도 스스로를 노예라고 여기고 싶지 않아요. 제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만큼 저에게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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