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세요
그러고 보면 역도와 일상생활은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일상에서도 힘을 빼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힘을 빼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악재가 겹쳐서 일들이 꼬일 때, 저의 몸과 마음이 격해지거나 깔아져 있을 때, 아직 무엇인가 큰 변화를 결정할 때가 아닐 때 등등 힘을 주지 않아야 오히려 도움이 되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최근에 몸과 마음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회사일을 비롯한 일상에 별 활력이 없었어요. 기분이 크게 좋아질 일도 없는데 몸 컨디션도 안 좋으니 약간의 우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힘을 뺄 타이밍이라고 받아들이니 꽤 도움이 됐어요. 지금 마주한 감정이 우울함이 아니라 힘을 빼야 할 시기를 알려 주는 신호라 이해하니 제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여유를 주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매 순간 의욕을 갖고 에너지 넘치게만 살아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걸 아는데도 저는 힘을 빼는 게 두렵더라고요. 무언가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역도에서처럼 힘을 주지 않았다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힘을 잘 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해야만 정말 필요할 때 써야 하는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체득하고 있습니다. 힘을 빼는 것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숨을 고르고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는 의미니까요. 어쩌면 일생을 보았을 때 지금의 제 시기는 힘을 빼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10년이 넘도록 힘을 주고 살았으니 당분간은 힘을 빼고, 기회를 노림과 동시에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다시 제대로 힘을 주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힘을 빼는 방법과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