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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May 01. 2023

지루해도 똑같이 살아갑니다

노잼 시기

  바쁩니다. 그런데 지루해요. 회사 일은 여전히 많고 정신없지만 의욕이 거의 없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새로운 체조 동작을 성공 했는데도 그다지 큰 성취감이 없습니다. 즐겁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무색무취의 상태예요. 집 회사 집 체육관을 왔다 갔다 하는 단순한 일상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해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먹는 재미도 잃어버렸습니다. 근래 감기가 걸렸는데 다 낫고 나니 후각을 잃었어요. 코로나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자가 검사를 아무리 해봐도 결과가 음성입니다. 아, 그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지루할 수도 있는 게 삶이었어요.


  이런 순간이 낯설지 않은 건 인생의 노잼시기를 너무나도 빈번히 마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많은 것들을 빠르게 흡수하는 성향이라 그런 거 같아요. 모든 것이 어느 시점에 지루해지는데 저는 그 시점이 남들보다 빠릅니다. 빨리 배운다는 건 제 분명한 장점이지만 이럴 때는 참 미운 양날의 검 같은 존재입니다.


  이렇게 지루한 건 참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의 제 삶도 충분히 많은 도전들로 꽉 차 있거든요. 지루하다는 이유로 자극만을 탐닉하는 삶은 끝없는 고통의 굴레라고 생각합니다. 도파민의 자극도 언젠가 익숙해지는 것처럼, 이러한 순간은 수도 없이 찾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요. 자극에 미쳐 제 자신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죠.


  그러니 당분간은 그냥 살아가야겠습니다. 이것도 삶의 일부니까요. 이럴 때일수록 더 최선을 다해 일상에 집착하려 합니다. 권태와 의욕 없음이 불러일으키는 최악의 상황은 일상이 망가지는 것이니까요. 물론 때때로 운이 좋으면 다시 즐거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일상의 작은 행위들에 힘주다 보면 스쳐 지나갔던 일들도 다시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그런 행운에 크게 기대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제 직감이 말하길 지금의 지루함이 당분간 꽤나 길게 유지될 것 같다고 하거든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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