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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Jun 26. 2023

첫 논문이 국제 저널에 출판됐다

석사 과정의 끝마무리

  눈을 뜨니 메일이 한 통 와있었습니다. 논문이 게재 승인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공저자분과 교수님들의 축하 메일도 뒤이어 와 있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석사과정이 정말로 끝이 났습니다. 3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국제 저널에 1저자 논문을 출판하는 것으로 끝을 냈습니다.


  총 3번의 리비전이 있었어요. 작년 4월에 처음 논문을 낸 것을 시작으로 작년 7월 수정 후 재제출, 올해 1월 메이저 리비전, 그리고 올해 5월 마이너 리비전을 통지받았습니다. 보통 마이너 리비전을 받으면 거의 게재 승인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출한 저널이 연구했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데 그런 곳에 1저자로 논문을 낼 수 있다는 게 현실감이 없었거든요.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 그런 걸까요? 다른 경우에 비해 학술적 기여도가 크지 않아 보였고, 리뷰를 받아 보니 논리나 글의 어조가 한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데 연차를 내고 실험을 위해 다시 학교로 내려가기까지 하는 게 미련해 보이기도 했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생각들이 논문을 출판하는 과정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논문을 세상에선 선보이기 위해서는 연구로써 의미를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리뷰어들의 논리적 공격들을 방어하고 논리를 완성해 나갈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대학원에 들어갈 때는 연구를 시작하여 마무리할 수 있기를, 가능하면 논문까지 출판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심과 내려놓음의 양극단을 오가며 과정을 마무리한 스스로가, 연구실에서 처음 시작한 주제를 논문까지 출판한 스스로가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더불어 학위과정 동안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었던 많은 분들께 논문에 공저자라는 결과를 선물드릴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한 박사님의 말씀처럼 인류 지식의 발자취에 영원히 기록될 업적을 오늘부로 갖게 된 것은 덤이고요.


  앞으로 박사 과정을 가서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연구 경험을 살린 엔지니어의 길을 걷게 될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자신감 없던 연구라는 행위를 유의미한 성과와 함께 끝마무리 지었다는 것은 큰 자산이에요. 연구도 이렇게 해냈으니 앞으로 마주할 일들도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렇게 끝을 볼 수 있으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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