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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Sep 18. 2023

여유로운 회사생활이 부럽다

업무 과다

  몇 달 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신 과선배를 만났었습니다. 대학원 때의 연구와 이후 진로가 굉장히 비슷한 선배였어요. 대기업으로 이직하니 업무가 여유로워 좋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직 나이가 많이 어린데 벌써부터 여유로움에 만족하는 것은 아쉽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선배와 저의 성향차이겠거니 하고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요즘 그 여유로움이 부럽습니다. 밀도 높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최근 몇 달은 그 강도가 과했습니다. 일을 해내도 만족함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쳐내자마자 새로운 일이 들어오거나 미처 쳐내지 못한 일을 발견하니까요. 아마 선배는 업무들 사이에 충분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걸 여유롭다 표현하셨을 겁니다. 그 빈틈이 없으니 지치네요. 평소에도 업무 사이 여유를 오래 갖거나 계획을 여유롭게 잡는 편이 아닌데 말이죠. 잘하고 있는 걸까? 일이 밀려 들어오기만 하는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 만약 나아가지 못하는 거라면 의미가 있을까? 이 시기가 끝이 나기는 할까? 쓸데없는 잡념들이 밀려옵니다.


  지금은 전력질주하고 있지만 커리어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니 당장 눈앞의 일을 위해 모든 힘을 다 소진해서는 안 됩니다. 누구도 챙겨주지 않으니까요.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템포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면 때로는 책임감을 내려놓고 핑계를 찾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는 거니까요. 신입으로서 갖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과 자율성의 이면에는 이러한 업무 부담이 따라오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회사로부터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게 더 많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선배의 회사 생활을 부러워하는 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죠.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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