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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Oct 02. 2023

주니어는 표현해야 한다

징징대자

  한 달 전쯤 스스로가 직설적인 감정표현이 너무 많으니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징징대는 것을 줄이자는 거였죠. 물론 제가 연차 대비 꽤나 많은 업무량과 책임을 지고 있고 자연스레 부담감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표현의 빈도가 다소 과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회의에서 나온 아쉬운 부분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말을 삼켰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다른 팀 팀장님께는 다소 의아했었나 봐요. 같이 작업을 하는 중에 별로 표현하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고 하셨습니다. 당신께서는 그렇게 표현하는 게 굉장히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말씀해 주시면서 말이죠.


  팀장님께서는 표현에 있어서 책임의 크기를 직급 혹은 직책에서 주어지는 기대감과 구분해야 한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책임이 막중하고 많은 일을 수행한다고 해서 표현까지 무거워져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마치 가정 안에서 가장인 아버지가 힘들다 말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가족관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상급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팀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책임이 아무리 무겁더라도 반드시 표현해야 합니다. 다만 회사 내에서 직급과 직책에 요구되는 표현법이 다를 뿐이라고 덧붙여주셨어요. 아버지와 어린아이 각자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표현 방법이 다른 것처럼요.


  주니어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표현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좋을 수 있어요. 반면 시니어는 개인적인 자리에서 1대 1로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요. 대부분의 경우 조직에서 기대하는 표현 방식이 있기 때문인데요. 주니어에게는 팀에 도전적인 태도와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어주는 활력을 기대하고, 시니어에게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함을 기대하니까요. 회사가 직급과 직책으로써 부여하는 명시적인 책임이 커질수록 과감한 표현을 통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더욱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주니어로서 이전처럼 과감하고 솔직하게 표현해야겠다는, 그런 식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제 삶의 많은 부분들이 이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놀라워요. 주니어이기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말씀해 주시는, 적극적인 표현이 잘못되었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시니어분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설령 주니어와 시니어의 표현이 나뉘는 게 이상적인 방향이라 한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과 환경이 없다면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할 텐데 말이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저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이 소중한 사람들과 팀에 기여하겠다 다시금 다짐해 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열심히 징징대야겠어요. 저는 표현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주니어니까요.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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