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톡스
평일에는 유튜브를 보지 않고 음악마저 듣지 않은지 2주가 되어갑니다. 유튜브에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 유튜브와 거리를 둔다니 뭔가 이상하긴 하네요. 음악까지 듣지 않는 건 좀 과한 것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그렇게 지내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 화면의 스크롤만 내리고 있는 제 자신이 보였거든요. 꽤나 한심했습니다. 눈이라도 감고 있으면 차라리 몸이 회복이라도 할 텐데. 그렇게 즐겁지도 않은 것에 왜 시간을 죽이고 있나 싶었어요. 아무래도 자잘한 도파민에 중독된 것 같았습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시청각적 자극이 당연해진 도파민의 고리를 끊고 싶었어요.
일상이 확실히 심심해졌습니다. 좋은 의미로요. 불필요하게 들어오는 정보도 사라지고, 밤에 운동을 마치고 나면 바로 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먹거나 일을 하는 등 일상의 순간들에 몰입하기가 쉬워졌습니다. 다른데 둘러보지 않고 저만을 바라보는 느낌이에요. 유튜브에 영상들에 무작위로 노출되다 보면 비교당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사라졌습니다. 저는 제 삶에 만족하고 잘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더 나아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 눈앞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건 다른 문제니까요. 자극이 사라지니 좋은 점들이 훨씬 많습니다. 이따금씩 지루해지기도 하는데, 정신없이 바쁜 제 일상에서는 그 지루함이 잠깐의 휴식이자 전환점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아예 벗어나기는 좀 어렵습니다. 게임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건 분명 즐거운 취미 중 하나니까요. 지금은 이 제약을 주말에만 풀어두고 있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겁습니다. 사실 오히려 더 즐거워진 것 같아요. 평일에는 느껴볼 수 없는 자극이니까요. 인간에게는 어떠한 감흥도 언젠가는 무뎌진다는 게 새삼스레 와닿습니다. 행복한 감정도 그러하니까요. 감흥이 무뎌지지 않도록 역치를 잘 조절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풍요로운 삶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가끔씩 많은 것들을 디톡스로 좀 비워주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