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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Feb 05. 2024

얻고 싶다면 굴복하라

기득권은 꼰대인가?

 누구나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세상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를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주어야 합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년생일수록 그러하죠. 문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에 비해서 초년생은 내어줄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세대와 기존 세대 사이에서는 항상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청년 세대는 사회자본을 가지고자 하는데, 중장년 세대는 본인들이 쟁취해 온 것을 굳이 줄 필요를 못 느끼니까요. 젊은 세대가 중년 세대를 아무리 꼰대라고 욕해도 소용없습니다. 그들이 기득권이니까요. 지금 세상의 규칙과 중심을 만들고 자원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기득권들이니,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금수저와 같이 특별한 케이스는 예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일단 저는 아닙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사회 초년생이기에 세상으로부터 쟁취해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요. 그렇게 도전하여 얻어내는 것이 재밌을 때도 있지만 때때로 비굴한 느낌이 듭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삼켜야 할 때가 특히 그러합니다. 제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때로는 말과 행동을 아끼는 게 좋다는 걸 알지만, 제 자신을 비굴하게 꺾은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합니다.


  왜 그런 마음이 들까요? 자존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존심이 강할수록 삶이 피곤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드네요. 단순히 자존심을 세우고자 세상에 들이받으면 너무 단단해서 스스로가 다치기만 합니다. 작은 균열 정도는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제가 잃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세상에 고작 작은 생체계를 낼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아닌 것 같아요. 별로 얻을 게 없어요. 한 어린 사람의 한풀이나 칭얼거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삶이 편하긴 할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게 있을 때 그것을 얻기 위해 남들에게 큰 거리낌 없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부조리함에 굴복하는 비굴한 삶은 아닐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비굴하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현명한 처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자존심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욕심의 일부가 아닐까요? 젊은 날의 패기와 쓸데없는 자존심은 한 끗 차이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욕심내지 않는 것과 비굴한 것 또한 한 끗 차이인 것 같아요.


  무엇이 맞거나 옳은지를 고민하다 보면 결국 또다시 스스로에게 돌아옵니다. 이 고민 또한 온전히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 아닌가 싶어요. 쟁취를 추구한다면 굽히지 않고 부딪힐 것이며, 평온함을 추구한다면 잠시 자존심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내어주면 됩니다. 요즘은 좀 더 평안해지고 싶어서 그런지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이 비굴함보다는 현명함으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 이 글은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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