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죽을 수 있다
삶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려요.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심지어 제 자신조차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친구들의 부모님과 지인의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 선명해집니다. 오래 살 수 있거나 지금의 삶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은 분명 착각에 불과합니다.
죽음을 인지하면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소중해져요. 즐겁고 괴로운 모든 순간들은 죽었다면 느낄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감정들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에 누리는 특권이자 호사인 거죠. 어쩌면 죽음이 있어 삶이 완성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의 사건들이 감정들에 가려지지 않고 그저 삶을 이루는 조각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떠오르니까요.
죽음을 기억하고 살아가야겠습니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니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부, 명예, 성공 모두 좋지만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굳이 목매어 좇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모든 것에 즐겁고 감사한 마음을 가진 채 명랑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너무 지쳐서 소중한 것들까지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만, 언젠가 갑자기 끝나버릴 삶이 너무 아쉽지 않을 정도로만 살아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