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큰 실수
제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교 때 처음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까지 모두 나눠온 소중한 친구예요. 제 목숨을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친구를 고를 겁니다. 참으로 멋지고 존경하는, 그동안의 여정에 많은 빚을 진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의 생일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그걸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야 알게 됐어요.
나름의 변명을 해보자면 캘린더에 친구 생일을 등록해 놨는데, 생일 전날에만 알림이 뜨고 당일에는 알림이 없더라고요. 알림이 없다면 기억해 냈으면 됐을 것을, 최후의 보루마저 바쁜 일상에 휩쓸려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몇 번이고 미안하다 사과하고 괜찮다는 답변을 들어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제가 여러모로 힘들고 일정이 바쁜 것을 친구도 알고 있었기에 약간 서운했지만 괜찮다고 하였으나, 그게 제 마음을 더 후벼 팠습니다. 작은 서운함조차 남기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 어떤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소홀히 할 수 있을 정당한 핑계는 없습니다.
너무 허탈했습니다. 이토록 바쁜 일상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저의 일상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던 걸까요? 생업과 커리어, 분명 중요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것도, 매사 최선을 다해내는 것도, 그러면서 스스로의 쓸모를 느끼는 자아실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은 제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인연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곁의 소중한 사람들을 잘 챙기고 싶다는 우선순위가 바쁜 일상에 휩쓸려 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큰 충격입니다. 근 한 달간 저는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었던 걸까요?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저에게는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어요. 아무리 큰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 한들, 소중한 인연이 곁에 머무르지 못하는 삶은 저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정말 소중히 여긴다면 그만큼 진심을 다하고 정성을 보여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소중한 인연에게 저질러버린 실수는 이번 한 번으로 족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반복되는 잘못을 용서해 줄 인연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어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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