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1
일주일 동안 별일이 없었습니다. 대학원 입학하고 처음인 것 같아요. 물론 아예 일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요. 일단은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의 보고서 제출을 마무리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이 주도하지는 않고 참여만 하는 거라 크게 부담은 없었어요. 연구실 구성원이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도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계획했던 연구 일정이 조금 미뤄지기도 했고, 갑작스럽게 수강하는 과목들에서 과제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다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무던하게, 정신없이, 그리고 쏜살같이 일주일이 흘러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금요일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의 저였다면 이런 하루가 지루해서 작은 불만을 갖고 어떻게든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려고 했을 거에요. 그런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무엇하나 뚜렷하게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는 지루한 하루가 그저 반갑기만 했어요. 신기했습니다. 그동안 감정적으로 많이 휘둘려서일까요, 아니면 대학원이라는 곳에 많이 익숙해진 걸까요? 익숙한 상황이지만 색다르게 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꽤나 낯설었습니다.
어쩌면 이제야 제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일들만 벌어지는 상황을 지루한 것이 아니라 다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일이 있다면 좋겠지만, 좋은 일이 있지 않아도 힘들지 않게 별 탈 없이 지나간 시간이라면 그 자체로도 행복이라는 말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닌데 말이죠.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완벽하진 않아도 해야 할 일들을 잘 마무리하고, 큰 사건 사고 없이 잘 지나간 하루를 만들었다면 그것이 참 잘 살아 내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사람들의 편집된 순간들이 보이는 SNS처럼 우리의 일상이 매 순간 뚜렷한 색을 보이는 감정과 사건들로 뒤덮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지루하면 뭐 어떤가요? 분명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했을 시간들이 지나 그저 익숙해지고 능숙해졌을 뿐인 걸요. 그래서 단지 섬세하게 느끼지 못할 뿐, 아마 단언컨대 지루하게 느끼는 그 시간과 경험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더 지루함이 반가운가 봐요. 이제는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저도 조금씩 새로운 도전들 보다는 지루한 일상에 스며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