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08
지지난주 일요일, 룸메이트와 함께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내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선언하더라고요. 생활패턴이 늘어지고 활력이 별로 없어 운동을 해야겠는데 대학원 생활상 아침 말고는 딱히 틈이 안 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같이 뛰겠다고 했어요. 룸메가 같이 뛰자는 뉘앙스로 얘기한 건 분명 아니었으니 살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친구야 평소 달리기를 좋아해서 그럴 수 있다 쳐도 저는 딱히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게다가 하필 또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왜 같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긴 하네요.
어쨌든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어후, 근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뛰는 내내 숨이 차올라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감이 없어서 옷을 다소 얇게 입고 가서 그런지 손, 발, 귀 어디 하나 춥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첫날에는 정말 하루 종일 피곤해 죽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익숙해지고 하루 정도는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적응을 했습니다. 그렇게 사상 최악의 한파라는 오늘까지도 정말 중무장한 상태로 달리기를 마무리하며 달리기는 저의 평일 아침 습관으로 2주간 서서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피로감 때문에 지옥 같았던 초반 며칠을 제외하면 '왜 진작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달리기는 저에게 큰 변환점이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하루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거든요. 일단 밥 맛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졌습니다. 특히 운동 직후인 아침이 그랬는데요. 공복에 달리고 나서 먹으니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하루의 시작을 너무나도 행복한 입맛과 함께 한다는 게 가장 큰 변화로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게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겨울이라 그런지 달리기를 하고 나면 몸에 열이 확 올라오는데 그걸 바탕으로 하루를 멀쩡한 정신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피로감이 더 컸었는데 날이 갈수록 피로감보다는 개운함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가 굉장히 잘 받는 편인데 그런 커피를 먹고 정신이 멀쩡 해지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맑게 깨는 느낌이에요. 혈액순환을 통한 자연 각성제랄까요? 당연히 집중력도 올라가고 하루가 이렇게 짧았나 싶을 정도로 몰입해서 업무와 연구들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달리기로 깨우고 몰입하여 일과를 진행하다 보니, 퇴근 후에 그 어느 때보다 깔끔하게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보통 퇴근시간이 잠자리에 들기 좋은 늦은 저녁인데 피곤하다 보니 바로 잠들어서 반 강제로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셈이죠. 밤에 방에 들어오면 딱히 놀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고 어차피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니 바로 잠자리에 들더라고요. 다소 무의미하게 쓰는 시간 없이 편안하게 잠에 들어 규칙적으로 몸과 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변화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룸메이트 도움으로 대학원 2년 차의 시작을 달리기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꽤나 스트레스가 심한 대학원 생활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큰 전환점이 된 거 같습니다. 맨몸 운동을 꾸준히 해 오긴 했지만 그거와는 또 다른 느낌의 활력이 느껴집니다. 조금 피곤하고 귀찮아도 아침에 2시간 정도를 잠든 제 몸을 깨우는데 쓰는 것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다 보니, 남은 학위기간은 물론이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아침마다 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의 시작이 나쁘지 않네요. 아무래도 제 올해 목표 리스트에 아침마다 꾸준히 달리기도 추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