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형이 주는 교훈

박물관의 하루_7

by Jino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갖는 인형 중 하나가 걱정인형이다.

과테말라 원주민들이 천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버리기 아까워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아주 소박한 유래를 가지고 있는 이 인형은 모양도 유래만큼이나 소박해 길이가 고작 2~3cm 정도이다. 인형이 너무 작은 탓에 우리는 걱정인형 몇 개를 모아 벽에 붙여 전시해 놓았다. 인형을 설명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인형이 바로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로 작은 인형이다.


"잠들기 전에 걱정을 말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고 자면 걱정이 없어진다고 해서 걱정 인형이에요."

17626493_1392587007428944_2583647679688641502_n.jpg 과테말라 걱정인형

"정말요? 정말 걱정이 없어져요?""그럼~, 걱정이 없어지니까 걱정 인형이지."

걱정 인형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인형의 신통력(?)을 믿고 싶은 관람객이 많다. 의외로 꽤 어린애들, 아직 유치원에 다닐 6~7세 아이들 중에 걱정인형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저 어린 나이에 벌써 무슨 걱정이 있길래... 걱정이라는 단어조차 어울리지 않는 나이인데...'

요즘 아이들이 우리 어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다는 걸 절감한다. 말하는 능력만도 불과 한 세대 사이에 몇 배나 업그레이드되어 엄마, 아빠가 이기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하고 부모의 사랑 역시 우리 세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받는 아이들이 '걱정'이라니...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걱정 인형을 만들어 아이에게 건네주던 과테말라 엄마의 마음이 된다. 이 작은 인형을 통해 자신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네 걱정을 다 말해놓고 너는 푹~ 자면 되는 거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단체관람을 온 어린이들에게는 나름 그 나이에 맞을 비유도 들어본다. "왜 낮에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랑 싸워서 속 상할 때 있지? 다음날 화해할 수 있을까 걱정되잖아? 그럴 때 이 인형에게 네가 말하는 거야. '낮에 누구누구랑 싸웠는데 내일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그러고 너희들은 그냥 안심하고 자기만 하면 돼. 그러고 다음날이 돼서 친구를 만나면 인사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되는 거야."


가끔 "난 걱정 없어요!"라고 밝고 환하게 이야기하는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반갑다. 너무도 밝고 당당해서 걱정이나 그늘이 끼어들 여지없는 환한 해님 느낌이 난다고 할까.


어른들도 걱정 인형에 관심이 많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라는 반응은 의외로 적다. 걱정 인형은 자신을 만나는 사람들을 다 진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걱정 인형'이라는 이름만 듣고도 반가워하고 금세 진지해진다. 걱정 인형은 그 작은 덩치로 뭇사람들의 기대와 염원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는 왜 이리 걱정이 많을까?' 인형에 대한 관심이, 인형에 대한 내 설명에 보내는 사람들의 관심이 좋은데 그게 인형을 알고 싶다기보다 걱정이 많아서라는 느낌이 들면 기분이 좀 그렇다.


걱정 인형을 소개하던 어떤 날, 걱정 인형을 소개하는 내가 무슨 일인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음을 느꼈다.

조금 더 크고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진 걱정 인형

'아니, 내가 매번 걱정 인형 얘기해놓고 지금 걱정하고 있는 거야?'라는 자각이 들었다. 걱정 인형을 소개하면서 '걱정'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걱정'은 '문제 해결'과는 다르다. 말하자면 '문제 해결'에 대한 부정적 기운이다. 부정적 기운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면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전에 '부정적 결과'로 가기 십상이다. 또 이제 제법 살아보니 걱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다는 결론도 얻었다. 무엇보다 '걱정'으로 인해 가장 억울한 점은 '현재의 행복'을 담보 잡힌다는 점이다. 시험을 앞두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면 공부도 잘 안되고 결국 시험은 걱정을 안 했을 때보다 나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쁜 점수를 그저 결과라고 한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차라리 걱정 따위 안 하고 편하게 지내다가 나쁜 점수를 받게 되면 결과는 똑같다.


걱정 인형을 소개하다가 걱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은 '걱정 붙들어 매시라'다. 차라리 걱정보다 부정적 긍정적인 문제 해결 쪽으로 에너지를 쓰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고 지금 현재가 행복해지는 현명함이 아닌가 한다. 내가 좋아하는 걱정에 관한 티베트 속담이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 인형은 인형의 형태와 가치적 측면에서 봐도 흥미롭고 놀랍다. 이 세상의 많은 예쁘고 귀한 인형들을 두고 냉정하게 따지면 오히려 볼 품 없는, 인형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크기와 모양인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다.


박물관에 있는 다른 많은 예쁜 인형보다 더 사랑을 받는 인형이기도 하다. 아마도 아이를 걱정하고 달래던 과테말라 엄마들의 마음이 인형의 외모(?) 따위 아무것도 아니도록 여기게 만들어서일 것이다. 걱정인형의 그 소박한 모양과 소박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는, 우리의 삶 다른 부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화려한 꾸밈과 치장을 걷어낸 자리의 진실함이 사람들 마음을 얻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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