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예능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박물관의 하루 _ 10

by Jino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내가 하는 일도 대체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박물관이 좀 다른 건 어쩔 땐 그렇게 맞는 사람이 하루에만 50명, 혹은 100명까지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고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인형에 대해 설명을 한다는 게 처음엔 좀 낯설기도 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 지역의 특성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천적으로 무뚝뚝한 편이다.

아니, 무뚝뚝하다기보다 감정을 살갑게 표현하는 데는 익숙지 않다.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말하는 '오글거림'에 민감한 편이라고 할까. 가식적인 인사는 더더욱 싫어한다. 그런데 이게 좀 모호하다. 가식적인 인사가 싫고 오글거리는 표현을 싫어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면 사람이 아주 무뚝뚝해지기 쉽다.


관람객이 왔을 때, 그 관람객이 인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을지 아닐지 알기는 힘들다.

경험적으로는 일단 설명을 하는 게 좋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을 선택해 왔기 때문에 전시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다는 전제가 가능해서다.

IMG_2128.jpg 나의 웃음 한 번, 나의 대답 한 번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배운다.

하지만 일단 설명을 시작한 뒤부터는 관람객과 나의 감정적 교류가 시작된다. 나는 내가 내면적으로 무뚝뚝하기에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관람객들도 편하게 생각한다.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알 수 있다. 가끔 설명보다 인형 그 자체의 감상을 원하는 관람객에게는 간단히 설명한다. 전시품에 대한 설명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어서다.


처음엔 별 관심 없어 보이는 분들에게도 설명을 하면 "알고 보니 재밌네."라거나 "아, 진짜 그렇네."라는 말들을 듣게 된다. 많은 분들이 내가 설명을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게 고마운 나인데도 그 인사가 싫지 않았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호기심 가득 안고 큰 눈으로 귀 기울일 준비부터 하는 사람, 무심히 듣다가 중간에 관심을 갖는 사람,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 깊게 듣는 사람. 그런데 가끔 들어올 때부터 유쾌한 표정으로 들어와서 설명을 들을 때 "어, 정말요?""진짜 그러네.""와아, 대박!" 등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들이 있다. 그런 관람객들을 만나면서 나도 함께 유쾌해지는 경험을 몇 번 했다. 가끔 커플이나 가족 관람객이 입장 때 건넨 마트료시카 컬러링 엽서를 색칠하며 농담과 큰 웃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 웃음소리와 기운이 느껴져 "뭐가 저렇게 재밌지?"하면서 우리도 따라 웃곤 한다.


심지어 조금 기분이 안 좋았던 어느 날에는 이렇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람객을 만나 기분이 좋아진 적도 있었다. 유쾌한 삶의 태도가 좋다는 걸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사람들을 맞으면서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어쩌면 아주 단순할 수 있는 삶의 말과 태도인데 그 하나의 요소가 다른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주다니... 가는 곳마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자신도 기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그런 삶의 태도는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단순한 게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단순하다고 느끼는 건 '머리'일뿐, 우리의 눈과 입, 심장이 '머리'를 바로 따라와 주지 않는 것이다. 일터에서의 작은 깨달음을 실천하겠다고 결심한 나는, 박물관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혹은 식당에 갈 때나 어느 상점에 물건을 사러 들를 때마다 밝게 웃고 인사를 잘하려고 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내게 좋은 기분을 만들어 준 관람객들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다. 더 자연스럽게 밝고 환해지고 싶다. 소위 '리액션'은 TV 속 예능 프로그램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행복을 부르는 리액션'을 위해 오늘도 거울을 보며 내 표정부터 부드럽게 연습해 본다.



#브런치북 #지오리포트 #박물관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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