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인형작가_2
"와~ 예쁘다."
"우리 손녀 오면 정말 좋아하겠다!"
4월 12일, <어르신은 인형작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과 드디어 첫 만남을 가졌다.
어떤 어르신들이 오실까,
전화를 하면서 목소리로는 먼저 만났지만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은 처음.
목소리와 얼굴은 비슷할까, 아니면 다를까.
이 톤과 목소리의 어르신은 이런 얼굴이겠지, 또 다른 톤과 목소리를 가진 어르신은 또 이런 얼굴이겠지,
어르신들이 오기 전부터 괜히 이런 저런 상상들을 해보았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르신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어르신이 아닌 50~64세 분들도 일정 비율 참가할 수 있는 규정 덕에 가장 낮은 연령의 참여자는 54세,
가장 고령의 참여자는 80세이다.
30 명에 이르는 참여자 중 50대가 2명, 60대가 16명, 70대 11명, 80대가 1명이다.
70대, 80대의 연령이시면 박물관에 오기도 힘들지 않을까.
장애인 관람객이 올 때도 그렇지만 어르신이 오실 때도 엘리베이터 하나 없는 우리 작은 박물관 사정이 미안하다.
게다가 하필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걸어오시려면 힘드실 텐데...
수업 시작은 두 시였다. 하지만 1시가 좀 넘어서자 벌써 박물관 주변에서 어르신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어르신들과의 수업을 기획하면서 나는 이번 수업을 도와줄 두 분의 선생님 외에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으려고 생각했었다. 수업에 따라오기 힘드실 수 있으니까 어쩌면 옆에서 붓질 하나하나, 바느질 하나하나 도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등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엣지 있고 에너지가 넘쳤다.
손수 차를 몰고 오신 분들이 많았고, 이미 서로 알고 계시던 몇 분들은 함께 차를 타고 왔다.
"와, 여기 언제 생겼어요?""파주 살면서도 몰랐네."
목소리는 기분 좋은 하이톤.
멋쟁이도 많으셔서 괜스레 내가 촌스럽게(?)느껴지기도 했다~^^.
첫 만남인 만큼 서로를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박물관에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을 보여 드리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도 알려드렸다.
어느덧 1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왠지 어르신들은 빨리 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맛보기도 할 겸, 박물관에서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마트료시카 컬러링 엽서 색칠을 제안했고 어르신들이 좋아하셨다.
사인펜으로 그저 엽서에 칠하는 것 뿐인데 어르신들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
고운 색을 골라 쓰신 분, 개성 있는 색을 쓰신 분, 배경까지 정성스레 그려 넣으신 분....
어르신들의 색에 대한 안목은 기대 이상이었고 단순히 엽서에 색칠하는 것 뿐인데도 "너무 좋다""행복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며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내 우려를 없애 주셨다.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내 예상도 빗나갔다.
우리 어르신들은 에너지가 이미 넘치시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