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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Jan 30. 2017

해피 엔딩, 그 이상의 스페셜 엔딩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 '미 비포 유'

   

영화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가 추천한 영화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줄거리를 찾아보니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미뤄두었더랬다.     


그럼에도 영화에 대한 안목이며 취향을 믿는 친구의 추천이기에 ‘미 비포 유’는 ‘내가 언젠가 볼 영화’의 목록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제법 여유가 생긴 어느 날, 볼 만한 영화가 없을까 찾아보다가 친구의 추천을 떠올려 드디어 보게 됐다.     


주인공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시골 마을에 있는 정 많고 낙천적인 여성.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인데 6년간 일해 왔던 카페가 문을 닫아 백수 신세가 됐다. 


그런 그녀에게 다행히도 새 일자리가 생겼는데 잘 생기고 건강하고 유능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으나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윌(샘 클라플린)을 6개월 동안 간병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잃고 매일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윌은, 매사 예민하다.    

 

그런 그에게 루이자의 모든 것은 거슬리는 것들이었다.

말 많고 관심 많고 독특한 옷차림은 뭔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핀잔과 무시로 일관하던 윌에게 어느 순간 루이자의 진심이 전해진다.      

이제 윌에게 루이자의 모든 것은 달라진다.

성가셨던 그녀의 수다는 따뜻했고 촌스러웠던 패션도 독특한 개성이 전해지고...

루이자도 의외로 자상하게 자신을 챙기는 윌에게 빠져 든다. 자막 있는 영화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자신의 말에 일부러 자막 있는 좋은 영화를 같이 봐주고 루이자가 갖고 싶었던 아이템을 기억해 두었다가 전해준다.

루이자는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과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윌은 루이자에 대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큰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     

영화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바라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미 비포 유’의 결말은 어떤 면에선 충격적이다. 

내가 친구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결말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인생이다.’라는.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은 순간도, 원하지 않는 이별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결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그것이 말이다.


‘미 비포 유’는 인생의 많은 부분들, 많은 장면들이 잘 들어가 있다.

가족이 보여주는 애정, 가족의 든든한 지지,

하지만 또 가족이 안겨주는 삶의 부담감.


관심이 가고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걸 가로막는 것들이 눈에 먼저 밟혀 

주저앉거나 지레 포기하는 순간들.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지만

그렇다고 삶의 중요한 결정을 

바꾸지는 않는 윌.


영화는 관객들이 원하는 결말 대신 인생의 다른 부분을 보여 주기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루이자와 윌은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왔다.

윌에게 세상은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감이 넘치던 윌은 불의의 사고로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리며 다른 세상을 살게 됐다. 윌이 바라보는 루이자는, 윌이 사랑으로 새롭게 발견한 루이자는, 자신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거나 자신에 대한 주저로 머뭇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마지막 부분에 루이자에게 들려주는 윌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대담하게 살아요, 끝까지 밀어붙여요.’               


윌의 루이자에 대한 사랑은 특별하다. 루이자조차 몰랐던 그녀의 특별함을 짚어주면서 보다 자신을 위해 살 것을 권유한다. 해피 엔딩, 그 이상의 스페셜 엔딩을 보여주는 로맨스 영화다. 


그리고 바로 이 대사, '대담하게 살아요, 끝까지 밀어붙여요.'는 루이자에게만 아니라 바로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덧붙여 여주인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루이자 역을 맡은 에밀리아 클라크는 얼핏 촌스러우면서도 정 많고 순수한 역할을 사랑스럽게 소화해 낸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다 있을까.

영화 속 여주인공에 이렇게 빠져보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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