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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Jun 05. 2020

인형은 어떻게 우리에게 왔는가?

<인형의 시간들>  김진경 지음 / 바다출판사

내가 쓴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공저였으니 이 책은 오롯이 내가 쓴 책으로는 첫 책이기도 하다.     

첫 책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이 다양한 인형과 그 인형에 숨은 문화적 코드를 풀어나가는 내용이었다고 한다면 이 책은 인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아보고 내 나름대로 분류한 책이다.     


인형에 대한 뒤늦은 관심은 자연스레 인형의 시작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인형은 도대체 사람에게 무엇일까? 가 궁금했다. 인형은 그 속성으로 따지자면 ‘물체’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 인형은 단순한 ‘물체’ , 그 이상이다.     


그러니 인형의 역사가 갈수록 궁금해졌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인형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크지 않아서 인형에 관한 책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찾은 자료들을 정리해 보고자 하는 욕심에 책을 쓴 부분이 크다.     

 

인형에 관한 역사를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진즉에 하였으나,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았다. 무엇이 됐든 그 역사를 다룬다는 게 큰 부담이기도 했다. 약간의 슬럼프 기간에 나를 채찍질해주는 친구의 충고도 더해져 지난해 나름의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브런치에 올렸다.      


2019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에 <세계 인형의 역사>란 제목으로 공모했고 운 좋게도 선정되었다. 그전에 내 책을 냈던 바다출판사는 메일로 원고를 보낸 지 한 시간 만에 출판하겠다고 답을 해왔다. 그리고 멋진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만나 책으로 나오는 과정이 거짓말처럼 순탄했다. <세계 인형의 역사>라는 원래의 다소 딱딱했던 제목은 출판사에서 <인형의 시간들>이라는 멋진 제목으로 바뀌었다.     


인형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만약 더 멋진 표현을 구사하는 작가라면 인형이 사람에게 무엇인지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인류의 오랜 친구, 인형>이라는 프롤로그로 이 이야기를 대신했다.     

박물관에서도 흔히 접하게 되지만 인형은 사람, 특히 어린이들을 편하게 해준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큰 위안으로 삼는다. 인형의 시작도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인류의 생존을 기원한 최초의 인형이었다. 이후에도 인형은 기원과 주술의 용도로 많이 쓰였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양상을 보이며 발전해왔다.  고대 이집트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인형이 사자(死者)의 곁을 지키고 돕는 역할을 했다. 사실 고대 이집트 뿐 아니라 이시대 많은 지역에서 토우의 형태로 인형이 그런 역할들을 한 것이 사실인데 고대 이집트는 단순히 곁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사후 세계에서 인간 대신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후세계를 중시 여기는 이집트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 이르러서 인형이 지금 우리 옆의 인형들처럼 인류와 한층 가까워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의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인형이 나온 것도, 장난감처럼 발전한 것도 이때였다.      


내가 아시아권에 살고 있으면서 정말 몰랐다 싶은 부분은 그림자 인형이다. 인도와 중국에서 발달한 그림자 인형은 사실 거의 동양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특히 불교와 더불어 발전해 온 점도 이채로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불교계에서 만석중 놀이라는 형태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인형이 지금도 기원과 주술이 강한 형태로 발전했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은 아쿠아바 인형이나 비가 인형, 남지 족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요루바의 이베이지 인형은 일찍 죽은 쌍둥이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형의 지혜로운 활용이란 측면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가 돋보인다. 아메리카 원주민, 특히 호피 족에는 카치나 인형이 있는데 이 인형은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지켜본다. 말하자면 인형이 어르신인 셈이다. 지켜본다는 건 감시의 의미보다 누군가 항상 너의 행동을 보며 좋은 길로 이끌어준다는 의미다. 집에서 카치나 인형을 보며 아이들은 항상 바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눈, 코, 입이 없는 옥수수껍질 인형을 통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도록 가르치기도 하고 걱정인형으로는 아이들의 걱정을 없애준다.     


나라별 인형 발전의 역사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인형이 가장 발전한 한 나라를 꼽자면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800만 신의 나라라고 할 만큼 신이 많아서인지 인형의 종류도 많고 인형과 관련된 풍습도 많다. 작은 인형에서부터 큰 인형까지, 또 나쁜 기운을 막고 행운을 비는 역할에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인형이 발달해오다 보니 세계 대전으로 포슬린 인형의 본산,유럽에서 인형이 제작되지 못할 때 일본에서 인형을 많이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일본 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일본 인형들을 살펴 봤다.     


유럽에서 인형은 크게 사랑받았는데 유럽 역시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여서 이를 다뤄봤다. 영국은 17세기에 섬세한 목각 인형을 선보여서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이후 인형의 급속한 발전을 앞당기기도 했는데 이후에는 포슬린 인형 분야보다 밀랍 인형이 많이 발전하게 된다.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포슬린 인형이 크게 발전했는데 프랑스 인형의 특징이라면 패션을 특히 강조했고 이 부분이 큰 강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동 인형 오토마톤도 발전했고 남부 지방에서는 상통(santon)이라는 점토 인형이 생겨났다.     


독일은 천혜의 자원 덕분에 포슬린 인형 발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포슬린 인형들을 만들어 냈다. 포슬린 인형 중 비스크 인형이 등장하며 인형은 점차 고급스러워졌다. 독일 인형은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가장 사랑받았다.독일 인형은 그러나 세계 대전으로 인해 인형 전성기 바톤을 미국에 넘겼다.     


미국은 독일과 프랑스 인형을 즐겨 수입했지만 전쟁으로 인형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다양한 종류의 인형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소 거친 형태의 인형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빠른 속도로 다양한 인형들이 나오면서 대중화되어 갔다.          


부록으로는 스파이 인형, 이누 차(茶)인형, 부엌 마녀 인형 등 독특한 기능과 유래의 인형들을 소개했다.  인형은 과연 사람에게 무엇일까? 이런 저런 많은 인형들이 있어왔고 또 나올 테지만 인형들의 이야기를 좇아가며 느낀 건 인형이 우리 인간의 삶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형박물관에 와서 처키나 애나벨을 찾는 이도 없지 않고 인형 자체를 무서워 하는 이도 있지만 사람들은 인형에게서 많은 힘과 용기, 위안을 얻어왔다.           


<인형의 시간들 책 소개 유튜브 - https://youtu.be/txkI5y60kL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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