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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Mar 15. 2022

색색의 실이 빚어낸 놀라운 세계

빼곡하고 아름다운 세계자수문화 보고서 <세계의 귀여운 자수>

200페이지 남짓의 책을 감탄하며 즐겁게 봤다.

<세계의 귀여운 자수>란 책 제목에 끌려서 읽었지만 글쎄 나였다면

<세계의 아름다운 자수>라고 이름 붙였을 것 같다. 이게 더 고루한가? 

세계의 아름다운 자수에 대해 풍부한 자료를 통해 알려주기에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늘에 색실을 꿰어 무늬를 만드는 방식이 똑같은 것이 자수인데

어쩌면 당연하지만 나라마다 그 무늬며 패턴이 조금씩 다르다.


이 책의 강점은 이렇게 다른 자수에 대해 길지는 않은 내용이지만 아주 충실하게 설명하고

자료 사진도 풍부하게 갖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알려주는데 있다.


세계의 자수 문화를 따라가며 그 나라의 지형이며 분위기, 문화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모든 나라의 자수가 경이롭지만 그중 특색이 있는 몇가지만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체코 키요프 지방의 민속 의상 자수는 섬세하게 아름다운데 옷감과는 다른 색깔이 아일릿 자수 사이로 

나온다. 이 지방에서는 안감과 겉감 사이에도 염색한 천을 끼워 넣어 꽃 모양을 도드라져 보이게 만든다.


헝가리는 가히 자수의 나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역마다 아름다운 자수 솜씨를 선보이고 있다.

내가 원래 알았던 것은 메죄쾨베슈드 지방의 머초 자수인데 머초는 아예 공동체 차원에서 자수를 장려하고 있다. 특히 키슈 얀코 보리 할머니가 100종류가 넘는 장미 모양을 만들어 내며 현재의 머초 자수를 탄생시켰다.

헝가리 카로타세그 지방(지금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자수인 이라쇼수도 유명한데 여기서는 여성들이 혼수품목을 직접 수놓아 방을 꾸미는데 이 방을 '청결의 방'이라고 한다.


포르투갈 미뉴 지방에서는 여성이 사랑의 표식으로 자수 손수건을 남성에게 전해주는 로맨틱한 풍습이 있다고 한다. 손수건을 받은 남성이 이 자수 손수건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혼약 성립을 알린다고 한다.

아프리카 줄루족은 구슬로 러브레터를 만든다고 들었는데 포르투갈에서는 자수 손수건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갖고 싶은 게 생겼는데 유럽의 자수 우표다. 2000년에 스위스가 천을 소재로 한 자수 우표를 처음 발행했고 이후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이런 우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불가리아에서는 옷의 열려 있는 부분, 앞가슴 부분과 소맷부리, 옷자락 등에 자수를 빽빽하게 넣는데 이 부분을 통해 질병과 악마가 들어온다는 생각에서다. 자수가 부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인도 전통의상에서 흔히 보는 미러 워크 (작은 거울 조각 주위를 꿰매 천에 고정시키는 자수)는 장식적 의미도 있지만 외부에서는 거울에 반사되는 빛을 이용해 동물을 위협하고 실내에서는 어두운 실내를 밝게 하는 등 실용적 요소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큼직한 꽃 무늬 자수는 페르시아 어로 '자수'를 의미하는 '수잔니(Suzane)' 로 불린다. 개인적으로는 우즈베키스탄 수잔니 자수에 매료돼 언제가 꼭 수잔니 자수 옷을 사려고 했었다.


멕시코 산안토니오 마을 자수 원피스에는 앞가슴 부분에 작은 인형을 수놓는데 이 작업이 너무나 섬세해서 끈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지어 그래서 이 자수의 이름이 'Hazmesi puedes'로 '가능하면 해보세요'라는 뜻이라고.


멕시코에서도 새틴 스티치 기법으로 동물과 물고기, 꽃 등을 화려한 색깔과 대범한 라인으로 수놓는 오토미 족은 기원전 5000년 전후부터 멕시코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며 새롭게 알게 된 자수는 파나마 원주민 쿠나족의 몰라(Mola)인데 블라우스 몸통 앞뒤에 다는 장식천으로 도안을 그려 넣은 바탕천을 포개어 오려낸 다음, 천 가장자리를 접어 넣어 꿰맨다고 한다. 현대미술을 보는 듯한 대담한 선과 장식이 꽤 매력적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의상도 평소에 좋아하던 내게 아프리카의 비즈 장식 '왓테'는 이색적이었다. 파슈툰(Pashtun) 족 여인들은 이 비즈 장식을 여러 개 옷에 꿰매 사용하며 액막이의 염원도 담겨 있는데 옷을 바꿔 입을 때도 이 왓테를 옮겨 달 정도라고 한다. 왓테는 한 번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모로코의 페즈 자수는 그 기범이 신기했는데 다른 자수와 달리 겉과 안을 똑같은 무늬가 되도록 만든다고 한다. 무늬만 봐도 힘들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세계 여러 나라의 자수는 하나하나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세계 자수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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