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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May 29. 2020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하리의 창 : 주장형 의사소통 (ft. 어떻게 피드백을 구할 것인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어떤 사람 같아요?” 


누군가 대뜸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는 상대방의 맥락없는 질문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두루뭉술한 질문으로는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렵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원할수록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제가 좀 소심한 편이라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것 같아요. 혹시 그렇게 느낀 적 없으세요?" 

"그런 느낌이 드는 때가 있었다면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는 어떤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 로비에서 가볍게 차를 마시다가 누군가 이렇게 뜬금없이 묻는다면 뭐라 대답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피드백을 요청하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피드백은 상대방에게도 마찬가지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를 결정했다면 어떻게 피드백을 구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상대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여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면 먼저, 시간과 장소 등의 구체적인 약속을 정하는 최소한의 성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질문은 반드시 구체적이어야 한다. 성의없는 조언도 있지만 더욱 최악의 경우는 성의없는 질문이다. 나의 성장을 기대하며 에너지를 내어주는 상대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상황에 필요한 질문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피드백을 구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예의다. 질문이 구체적이라는 것은 이미 수없이 많은 고민과 실행을 거쳐왔음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충분한 준비만이 서로에게 가치있는 시간을 보장한다.  

 


H에게는 늘 추궁하듯 피드백을 요청하는 지인이 있다. 그녀의 지인은 전화기가 불타오를 때까지 하소연을 하다가 귀가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녀에게 피드백을 강요하곤 한다. 통화는 항상 ‘정말 고맙다’는 훈훈한 인사로 마무리되어서 H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매번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저 자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던 것인가 해서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는 코칭을 업으로 한다는 녀석이 대화에 무성의하다는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녀는 결국 ‘안전하게 편들기’를 선택하고 ‘개미지옥’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돌아오는 월말에는 지인에게 코칭 비용을 청구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한, 피드백을 요청할 때에는 공연한 하소연으로 들리지 않도록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간단명료하게 질문하는 것이 좋다. 피드백을 통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겠다는 각오를 미리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준비 과정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성실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설적인 피드백을 받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객관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된다.


내공 알약, 토 달지 않을 수 있는 내공 키우기



타인의 지식을 구하려고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려 한다면 
분별력 있는 사람은 당신의 잘못을 굳이 알리려하지 않을 것이다. 

-벤져민 프랭클린-


가끔 작정하고 묻지 않아도 저절로 피드백이 굴러들어올 때가 있다. 제대로 된 피드백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해보면 굴러들어온다는 표현이 적당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귀한 기회가 면전에서는 좀처럼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실수에는 대개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개선점을 언급하는 피드백이 마냥 편할리 없다. 그래서 잘 되라고 하는 말은 죽도록 듣기 싫고, 역사적으로도 바른말을 하고 귀향살이를 떠나는 충신이 많았다. 할 일을 미루는 게으름을 지적당하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데 한 나절을 보내기도 한다. 자신에게는 합리적인 설명이지만 상대방에게는 구차한 변명이다. 상대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곤란한 상황을 무릅쓰고 조언했지만 개선의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선의의 피드백은 거기서 멈춘다. 



간혹, ‘내가 네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데,’라는 위로의 말로 위장하고 마음을 후벼파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마음의 무장을 하고 상대를 만나도 우리는 여전히 비난에 분노하고, 꾸지람에는 자신도 모르게 토를 달게 된다. 누구에게나 피드백은 두렵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용기 내어 피드백을 직접 요청했을 때나 기습적인 비난을 당할 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도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아킬레스건이 공격을 받으면 웬만한 처방으로는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나는 마음이 지칠 때마다 꺼내 보는 사진이 한 장 있다. 대학 시절 내내 일하던 야학에서 마지막 밤,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다. 두 살 어린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늘 함께였던 ‘나미 언니(가명)’가 나에게는 추억이자 나를 지탱하는 ‘내공 알약’이다. 약점을 후벼파는 피드백으로 쪼그라들 때, 나는 누군가에게 무척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다. 나의 가치감을 상기시키는 지난 경험을 떠올려보라. 화내거나 토 달지 않고도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나의 가치감을 상기시키는 ‘내공 알약’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피드백을 위한 내공 알약이 꼭 필요한 이유는 마지막 단계인 ‘인정하기’와 ‘개선하기’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우리는 피드백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자신도 미처 몰랐던 진면목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때 자기 비판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으면, 마치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들이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한다. 진심어린 조언을 비난으로 인식하여 상처받고 칭찬은 빈말로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실수를 하게된다. 우리가 성장하는 데는 단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만큼 장점을 인식하고 강화하는 것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당신은 어떤 면에서는 당신이 생각하는 모습보다 훨씬 훌륭하다. 타인은 항상 자신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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