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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Sep 06. 2020

화 낼 때 vs 안 낼 때

화내기의 전략

‘세상에 성질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팽팽하게 긴장된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이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진다. 참을 만큼 참았으니 폭발을 각오하라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언뜻 생각하면 화를 내는 것은 내키는 대로 내지르는 일 같지만 그 ‘내키는 대로’에 제동을 거는 생각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화’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쓸모가 있다. 이것이 화내는 기술의 핵심이다.


“저기요! 사과하시라고요!” 만원 지하철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쪽에서 정말 무슨 잘못을 하기는 한 모양인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저기요’는 ‘아줌마’가 되고, ‘아줌마’는 ‘야!’로 바뀌었다. 무슨 큰 일인가 했더니 한 승객이 발을 밟힌 모양이었다. 옆에 비스듬히 선 아주머니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붐비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비싼 하이힐이 무사하길 바랬다니 꿈도 야무지다고 생각하며 먼 산을 보는데 이내 정차를 알리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아주머니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다 잽싸게 내렸고 앵두같은 입술로 육두문자를 날리던 아가씨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감정이 몸에 쌓이면 해롭다고 해서 화가 날 때마다 곧바로 표현하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다른 생각으로 기분전환을 하거나 없었던 일로 치고 최대한 빨리 잊는 편이 오히려 나을 때도 있다. 이 사례에서 발을 밟은 아주머니는 발을 밟힌 여성이 경고한대로 앞으로 ‘눈을 똑바로 뜨고 다니기’는 하겠지만 막상 화를 낸 사람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없다. 그 여성이 다른 장소에서 다시 발이 밟힌다고 해도 같은 아주머니일 리도 없다. 이와 같이 화를 내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않는 '일시적인 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지적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몸 속에 쌓인 부정적인 에너지를 해소하는 것에 신경쓰는 편이 낫다. 처음보는 아주머니에게 무서운 경고를 날리기보다는 골목길을 뛰면서 운동에너지로 ‘화’를 배출하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훨씬 이롭다.


그런가하면 반드시 서로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그대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경우다. 한 번의 단호함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용기내어 적극적으로 ‘화’를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화병으로 폭발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간혹 이차적인 감정secondary emotion으로 ‘화’를 경험할 때 수치심이나 두려움, 시기심 등의 진짜 원인을 간과하게 되는데 이 때는 무엇보다 ‘화’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단락에서 이 과정을 간단히 연습해 볼 수 있다. 앞서 채부장의 ‘살신성인’처럼 자신도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화’부터내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충분한 고민 없이 무턱대고 화를 내면 당장은 감정을 쏟아내는 쪽에 유리하게 상황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화를 낸 쪽이 불리하다. 오히려 사소한 일에도 화내는 사람으로 몰려 역공격 당하거나 화낸 사람의 죄책감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경우에도 그 이유를 되짚어보면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구나 공격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화가 나지만 이때도 앞서 이야기 한 3초의 여유를 확보한다면 상황에 ‘반응’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화 내는 것이 본능이고 습관이라면, 학습과 연습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장기적인 관계에서 문제를 개선하려면 본능보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화내기 process


1. 화가 나기 시작하는 순간을 알아채기 : 3초간 멈추고 이성의 뇌를 작동한다.

2. 화가 나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기 : 화는 나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3. 감정의 원인찾기 : 화 내기전에 진짜 원인을 찾아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4. 솔직하게 표현하기 : 단호하게 표현하고 원인을 함께 알려서 재발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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