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관계와 교환관계
J는 유독 단둘이, 혹은 서넛이 모인 자리가 어렵다.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입장을 조율할 때와는 달리, 사적인 자리에서는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해 허둥대기 일쑤였다. 화상으로 영어 수업을 듣는다는 핑계로 혼자 점심을 먹기 시작한 후부터 점심시간을 버티기가 조금 수월해지기는 했지만,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 맺기에 서툰 것이 그녀에게는 늘 콤플렉스다.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놓고, 가끔은 동의할 수 없는 의견에도 성의껏 대꾸해야만 하는 일들이 그녀에게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동료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면 업무 외의 시간까지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그녀는 항상 쾌활한 이미지로 통하다 보니 가끔 자신이 가식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항상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녀가 관계에 서투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