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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Jan 11. 2021

다시, 사람 보는 눈

관계는 살리는 네 가지 관점

우리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인식 필터를 가지고 있어서 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학벌이 좋거나 비상한 머리를 타고나야 사람들과 관계가 좋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다. 누군가 산전수전 공중전의 전리품으로 '사람 보는 눈'을 얻었다면 그것은 단지 많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 하나부터 열까지 극과 극이어도 그 모습 그대로의 상대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데도 나름의 비결이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상가에는 부부 클리닉이 없는 건물이 없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관계를 주제로 수많은 강연이 열리고 있다. 관계를 키워드로 하는 자기계발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은 고3 수험생보다도 더욱 치열하게 관계를 공부한다. 관계는 경험을 통해 학습된다. 그러나 당장 뛰어들어 경험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관계를 공부하는 데 여전히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진정한 관계는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이러한 노력은 모두 무의미한 것일까? 앞서 관계를 살리는 두 가지 요소로 제시했던 ‘본질적 신뢰’와 ‘다양한 관점’에는 공통으로 ‘노력’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다. 진정한 관계를 위해서는 경험으로 실천하는 것 외에도 마음 써야 할 것들이 많다.



왠지 끌리는 사람이나 귓전에 종소리를 울려줄 것 같은 인연을 기대한다면 운명의 상대를 만나기 보다는 우연을 가장한 사기꾼에게 걸려들 확률이 훨씬 높다. 귀한 인연일수록 절대 저절로 찾아오는 법이 없다. 서로를 물과 기름이라고 생각했어도 상대의 ‘선한 의도’를 읽어내려고 애쓰고, 서로의 관계가 익어가면서  변하는 관점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할 때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관계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 선한 의도를 ‘진심’이라고 말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지 상대방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을 때, 오해에 대한 두려움과 평가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다. 설령 상대가 예상한 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을 헤아려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독자를 믿고,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신뢰하며 서로가 서로를 믿는 마음에서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물은 없는 사람일수록 더 잘 나누어 쓴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콩 한 쪽은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자기 것부터 온전히 채우지 않고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어렵다. 요즘은 서비스 접점에서 근무하지 않아도 친절 교육을 의무로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래저래 친절한 사람은 전보다 많아졌을지 몰라도 따듯한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어디엔가 마음을 쓰려면 그 마음이 안에서부터 흘러넘쳐야 하지만 내 것도 채우지 못해 마음이 허전한 사람들에게서는 공허한 입꼬리 올리기 이상의 친절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따뜻한지 알지 못한다. 선한 의도를 믿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때 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사실은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 속에 관계의 모든 원리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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